[소설]8월의 저편 63…아리랑(2)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39분


옛날 옛날 조선이 조선 사람들의 것이었을 때, 밀양 부사에게 아랑이란 외동딸이 있었다. 아랑은 용모와 재주가 뛰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 아랑을 남몰래 흠모하는 주기란 남자가 있었다. 아랑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위어 유모를 어머니처럼 따랐는데, 주기는 그 유모를 매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유모는 4월16일 밤 아랑을 영남루로 꾀어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밀양강 위에 떠 있고, 달빛은 제비꽃과 깽깽이풀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강가를 비추고 있었다. 봄날의 아름다운 밤에 취해 있던 아랑이 문득 뒤를 돌아보니 주기가 서 있었다. 주기는 자기 마음을 고백하고, 도망치려는 아랑의 어깨를 잡고 쓰러뜨려 그 몸을 덮쳤다. 아랑은 거세게 반항하였고, 화가 난 주기는 아랑을 비수로 찔러 죽이고 대나무 숲에 묻었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는 슬픔에 겨운 나머지 딸의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 헤매다 마음의 병을 앓자 도읍으로 올라가고 말았다. 새로 부임한 부사들이 잇달아 발광하거나 원인도 모르게 급사하자, 밀양 부사로 내려가려는 사람이 없어 조정이 난감해 하고 있을 때, 붓장사를 하는 이상사(李上舍)란 남자가 자청하여 밀양 부사가 되었다.

이상사가 부임한 날 밤, 머리를 흐트러뜨린 원귀가 나타났다. 이상사가 꾸짖으며 물리치려 하자 원귀는 흐느끼면서, 나는 아랑이라 하오, 나를 죽인 남자의 이름을 가르쳐 줄 터이니 내 한을 풀어주시오, 라고 호소했다. 다음 날, 이상사는 주기를 잡아들였다. 영남루 앞 대숲에서 시체가 발견되었고, 남자는 참수형에 처해졌다.

그 후, 시체가 발견된 대숲에 아랑각이 세워졌고, 해마다 음력 4월16일이면 아랑의 위령제가 행해졌다. 밀양의 아낙들이 아랑의 죽음을 추모하여 부른 노래가 밀양 아리랑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다른 나비보다 일찍 우화한 탓에, 아직 4월인데 날개가 찢어진 배추흰나비가 하늘하늘 강을 건너간다. 미나리 냄새가 난다. 제비꽃 냄새도 난다.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인네들 겨드랑이 밑에서 피어오르는 땀냄새도 음란하리만큼 달콤하다.

“올 아랑제는 비가 안 와서 참말로 다행이재. 재작년에는 비가 와서 아랑각 안에서 안 했나”

“올 제관(祭官)은 셋 다 엄청시리 이쁘더라”

“하나가 우리 집 건너 편에 사는 홍희 아이가”

“홍희가 제일로 이쁘더라”

“아 참, 우철이네 대문에 금줄이 쳐져 있던데”

“머드노?”

“고추더라”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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