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64…아리랑(3)

  • 입력 2002년 7월 4일 18시 18분


“난산이라서, 아 일곱이나 순산한 부선 아줌마가 배를 건너뛰었는데도 안 나왔는가 보더라. 일본 산파 할매 불렀다 카든데”

“얼마나 했을꼬”

“글세, 얼마나 될꼬? 엄청시리 비싸겠재”

“10엔은 달라 안 하겠나?”

“태어났어도 안심은 못 하재. 거기는 자식이 둘이나 잇달아 죽었다 아이가, 사내아가”

“돌상 받을 때까지는 조심해야재”

“아니재, 거기 차남이 아마 두 살에 죽었을 거구만. 다섯 살 넘길 때까지 안심하면 안 되재. 무당 불러다 액풀이를 해야 안 하겠나”

마을 아낙네들의 두런두런 수다 속에서 무슨 냄새처럼 콧노래가 피어나, 다시금 밀양 아리랑의 가락에 가사를 달리한 노래가 흥얼흥얼 퍼졌다.

문경 새재는 무슨 고개냐

굽이굽이 꼬부랑길 눈물이 나누나

아리 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고량전 소작료는 내가 낼 테니

구시월까지만 참아 주시오

아리 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미나리를 뜯고 있던 젊은 아낙이 강물에 목소리를 흘려보내듯 노래했다.

우리네 부모가 날 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주소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광풍이 불어요 광풍이 불어요

삼천만 가슴에 광풍이 불어요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바다에 두둥실 떠오는 배는

광복군 싣고서 오시는 배요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아리랑 고개서 북소리 둥둥 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펄 날리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한 여자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속삭였다.

“쌀집 박씨네 아들이, 어제 비 내리는데 서에 끌려갔다 카더라. 의열단 연락책이었다고”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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