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갈수록 아슬아슬해지는 '비키니'

  • 입력 2002년 7월 4일 18시 31분


오늘은 비키니의 생일입니다.

46년 7월 5일 프랑스 파리의 한 수영장에서 열린 수영복대회에서 비키니가 처음 등장했지요. 여성의 대담한 자기표현 수단으로 꼽히는 비키니는 ‘탄생 설화’를 갖고 있습니다.

비키니는 미국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실험했던 태평양의 섬 ‘비키니’ 환초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가 미국의 핵실험 뉴스에 영감을 받아 ‘폭발’과 ‘마지막 한계’를 모티브로 이 수영복을 디자인했죠. 첫선을 보이는 순간 관객들은 마치 핵폭탄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부도덕한 물건 취급을 받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공교롭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에 패한 나라들이네요) 등지에서 착용이 금지되기도 했답니다. 그러다 60년대 베트남전쟁과 산업사회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 사이에 기존 사회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답니다. 한국에는 61년 여성해방의 상징물로 처음 도입됐다고 합니다. 비키니의 역사에는 이처럼 시대 상황이 스며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신체구조가 점차 서구형으로 변하고 사회도 개방화되면서 비키니를 선호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답니다. 백화점에는 과감하고 섹시한 비키니들이 풍성하게 나와있죠.

외국처럼 아슬아슬한 비키니가 아니라 가릴 수 있는 곳은 모양 좋게 가리는 ‘은근한 노출’이 한국적 비키니의 특징이었는데 최근에는 ‘크기가 작은’ 과감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수영복업계는 말합니다.

신세계백화점 최문열 수영복 바이어는 “가슴을 거의 가려주는 스타일이 여전히 강세이긴 하나 노출이 더 큰, 섹시한 디자인의 제품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하더군요. (도움말〓엘르, 신세계)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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