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재개발 투자 '구분등기' 조심

《노후한 주택 밀집지역을 아파트단지로 조성하는 재개발사업이 ‘구분건물 등기’(이하 구분등기)의 남발로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구분등기는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꾸는 것. 다가구주택은 소유자가 한 사람이지만 다세대주택으로 바꾸면 가구별로 떼어 내 팔 수 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2000년부터 도입됐다.》

문제는 재개발이 추진되는 지역에서 구분등기를 통해 다세대주택을 비싼 값에 팔아 넘기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는 것.

소유주가 한 사람이었던 집을 여러 명이 나눠 갖게 되면 조합원 수가 급증한다. 조합원이 많으면 재개발사업의 수익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조합원 물량을 뺀 일반분양 아파트 규모가 줄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재개발사업 자체가 힘들어진다. 비싼 값에 지분을 샀다가 원금도 못 건지는 일반 투자자가 허다하다.

▽구분등기 봇물〓성동구 A구역에서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 3년 전. 당시 조합원은 300여명이었다. 하지만 작년 초 구역지정을 받은 후 집계된 조합원은 600명을 훌쩍 넘었다. 300가구 가량이 구분등기를 통해 다세대주택으로 전환된 셈이다.

인근 B구역도 마찬가지. 사업 초기 550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800여명으로 불었다.

용산구에 있는 C구역은 조합원 수가 새로 들어설 아파트 가구수보다 많을 정도. 새 아파트 규모는 500가구 안팎인데 반해 조합원은 600명이 넘는다.

이 사업장은 재개발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계획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용산구만 해도 11개 재개발구역 중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3, 4곳에 불과하다.

▽‘작전’ 판친다〓구분등기는 일부 중개업소와 큰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재개발이 추진되는 지역의 헌 다가구주택을 사들인다. 이후 인근 주민들을 끌어 모아 재개발 동의서 제출을 유도한다. 이 때 땅값이 1차로 두 배 가량 뛴다는 게 업계의 통설. 주민 동의가 일단락되면 기본계획 수립을 요청함과 동시에 구분등기를 시작한다.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땅 지분이 적을수록 평당 단가는 비싸다. 성동구 A구역의 경우 지분 40평짜리 주택은 평당 600만원 선이지만 14평짜리는 1350만원에 이른다. 작전세력은 지분 값을 올리기 위해 재개발추진위원회를 만들거나 시공사를 뽑는 시늉을 내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지분을 사고 팔며 가격을 올려놓는 건 다반사.

다세대주택 매각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기본계획 수립 이후 구역지정이 되면 일체의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가격 급등, 투자성 급락〓남는 건 늘어난 조합원과 높은 지분가격뿐.

성동구 A구역만 해도 14평 지분을 갖고 있는 소유주가 배정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25평형이 고작이다.

지분 시세는 1억9000만원이지만 감정가는 4900만원 선이라는 게 시공사측 설명. 25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1억8000만원이라면 토지감정가 4900만원을 뺀 1억31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14평형 지분 소유자가 투입하는 금액은 지분 매입비용 1억9000만원에 추가부담금 1억3100만원을 더한 3억2100만원. 새 아파트 값이 올라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성동구에서 이 정도 수준의 25평형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내집마련을 위한 투자가 빚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 수가 늘면 로열층도 배정받기 어렵다. 조합원 수익으로 돌아오는 일반분양 가구수도 줄어든다.

▽지자체에 확인해야〓전문가들은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구역지정이 끝난 재개발구역이나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후 지분을 매입할 것을 권한다.

삼성물산 중부사업소 장덕수 소장은 “종전에는 기본계획이 나온 뒤 투자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지금은 시기를 조금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계획이 확정돼도 구분등기로 인해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역지정이 된 뒤에도 주변 중개업소에 들러 조합원 수와 지분 가격, 향후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 평형 등을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구역지정 현황은 서울시나 각 구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

서울시 재개발구역 지정 현황 (단위:평,%)
구역	위치	면적	구역지정일	층수	건립가구수	건폐율	용적률
금호11	성동구 금호4가동 292	14,555	2001.1.15	18	896	23.00	229.28
정릉6	성북구 정릉동 252	11,830	2001.2.10	10	564	26.00	180.00
미아10	강북구 미아동 산 88의5	7,154	2001.2.23	15	479	27.00	240.00
신공덕5	마포구 신공덕동 49-3	4,333	2001.2.24	18	290	25.00	220.00
신길5	영등포구 신길동 144-363	3,512	2001.5.4	15	180	20.00	188.00
삼선1	성북구 삼선동 2가 412	5,119	2001.5.28	15	1,169	23.00	230.00
삼선2	성북구 삼선동 2가 422	6,094	2001.5.28	14	377	25.00	230.00
용문	용산구 용문동 90	3,993	2001.9.7	10	220	30.00	200.00
불광2	은평구 불광동 1	12,987	2001.9.10	12	658	21.98	189.95
고척2	구로구 고척동 1	16,820	2001.10.27	8	668	28.05	159.50
숭인4	종로구 숭인동 20	7,261	2001.11.1	12	456	23.00	190.00
길음6	성북구 길음동 575	16,562	2001.11.12	20	986	15.00	234.00
노량진1	동작구 노량진동 122의37	2,781	2002.3.12	12	167	25.00	214.00
정릉1	성북구 정릉1동 44	9,585	2002.3.15	15	564	25.00	226.00
동소문2	성북구 동소문2가 33	5,601	2002.4.23	15	385	30.00	240.00
월곡1	성북구 하월곡동 산 2의11	15,819	2002.6.24	14	695	21.66	193.38

자료: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