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선 전자 등 주력 수출제품은 숙련기술자가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면 품질저하가 우려될 정도로 정밀한 제품들이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불량품이 많아 클레임을 받게 되면 월드컵 개최로 얻었다는 ‘국가브랜드’제고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달 하순부터 여름휴가가 시작되고 곧이어 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 분위기에 휩싸이면 올해 차분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았다. 지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면 ‘월드컵 축제 때문에 경제를 망쳤다’는 비판을 들어야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원래 일벌레라는 시샘을 들을망정 ‘놀기 좋아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았던 국민이 일손을 잡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일부 방송사들이 조장한 ‘놀자판’ 분위기 탓이 크다. 시도 때도 없이 월드컵 얘기로 도배하는 방송프로그램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엇비슷한 소재에다 그것도 절반 가까이 재방송으로 채우는 방송사의 행태는 ‘전파낭비’를 넘어 ‘국력낭비’가 아니고 무엇인가. 선수나 가족이나 방송사의 무리한 출연 요청이 부담스럽고 시청자는 똑같은 얘기를 외울 정도로 보고 있다.
한 달간의 들뜬 분위기도 모자라 임시공휴일과 국민축제로 분위기를 띄웠던 정부가 의도한 것이 바로 이런 ‘놀자판’이란 말인가. 월드컵 뒤풀이는 절제 있게 끝냈어야 옳았다. 정부는 서둘러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민 단합을 국력신장에 도움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기업인과 근로자들은 신속하게 작업능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더 이상 ‘놀자판’을 이어가는 것은 모처럼 맞은 국력상승의 호기를 차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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