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잠실 야구장에선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 마해영(32·사진)은 경기 전 올스타 동군 사령탑인 두산 김인식 감독을 찾아가 ‘감독 추천선수로는 올스타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완곡하지만 확실하게 전달했다.
‘별들의 축제’인 올스타 무대는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서길 바라는 자리. 그러나 마해영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올스타 휴식기인 닷새간 모처럼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는 게 겉으로 내세운 이유.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마해영은 올해 올스타 선발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 올시즌 프로 입단 8년 만에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는 동군 지명타자 자리는 당연히 그의 몫인 줄만 알았다.
3일 현재 타율 0.310(12위)에 26홈런(3위) 65타점(2위). 이 밖에도 장타력과 득점 등 타격 각 부문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두산 우즈는 98년 국내 데뷔 후 가장 부진한 타율 0.258에 15홈런 45타점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뚜껑을 열어보니 자신보다 성적이 한참 뒤진다고 생각한 우즈가 줄곧 그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갔다. 시간이 지나면 역전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결국 마해영은 올해 올스타 팬투표에서 최소 득표차인 951표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채 우즈에게 영광을 양보해야 했다.
이런 마해영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김인식 감독은 3일 밤 발표된 10명의 동군 감독 추천선수에서 그를 제외해주는 ‘배려’를 했다.
마해영의 선택이 과연 그를 성원해준 팬들을 위한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는 논외. 마해영 개인의 입장에선 가족과 함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후반기를 준비할 수 있는 금쪽같은 닷새의 여유를 벌었을 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