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력과 이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아니라 우리가 속한 그룹의 명칭이다. 70, 80년대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발전을 위해 매진했더니 국제사회는 우리를 ‘개발도상국’으로 부르다가 ‘아시아의 4마리 용 가운데 하나’ 또는 ‘신흥공업국(NICS)’이라는 기분 좋은 이름을 부여했다.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뒤에는 가난한 나라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개발도상국 딱지가 떨어졌다. 월드컵까지 성공적으로 치렀으니 앞으로는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타이틀을 우리의 국력을 알리는 지표로 삼으면 어떨까.
▷우리에게 영광스러운 이름이 차례차례 주어지는 반면 한반도 북쪽의 북한은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굳히고 있어 안타깝다. 북한은 일찍이 미국이 발표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불량국가’로 불리더니 이제는 ‘악의 축’ 그룹에까지 끼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의적 편가르기라고 무시하기에는 그동안 북한이 저지른 잘못도 없지 않다.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서해에서 무력도발까지 했으니 북한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은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이번에는 북한이 70억원어치의 헤로인을 대만 마약범에게 팔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대만 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북한이 외국에 마약을 판다는 뉴스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여단장급 장교가 지휘하는 가운데 북한 군함까지 마약거래에 동원됐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있었던 북한 외교관의 밀수와 마약거래, 위조달러 제조 및 유포 등도 북한 정권의 ‘국가 범죄’였다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북한이 제발 이성을 되찾아 더 이상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도 이제는 ‘국가 이미지’를 좀 염두에 두어야 할 때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