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인원 400억명이 TV로 월드컵을 시청했다고 한다.
TV를 통해 전세계 400억명에게 상업광고를 한다고 할 때 필요한 비용을 따진다면 광고효과가 수십조원이라는 분석은 과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아직도 굶주림과 후진국형 전염병이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역동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세계인의 가슴에 심어준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월드컵의 효과가 이만큼 크기 때문에 “광고는 할 만큼 했는데…. 이젠 뭘 팔지”라는 일부 기업인들의 한숨소리는 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광고업계에서는 제품의 질과 광고량의 관계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우수한 제품을 많이 광고하는 것, 우수한 제품을 적게 광고하는 것, 열등한 제품을 많이 광고하는 것, 열등한 제품을 적게 광고하는 것 등.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당연히 우수한 제품을 많이 광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악은 열등한 제품을 적게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열등한 제품을 많이 광고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져 실망감이 크고 제품이 나쁘다는 사실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빨리 알려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철강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은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일류를 겨루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아직 세계 일류와는 거리가 멀다. 서비스의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다.
월드컵의 광고효과는 앞으로 얼마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일류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다 보니 “한국은 구조적으로 2류 상품을 만들어 팔 수 밖에 없는 나라”라는 때이른 패배주의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야말로 한국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하지 않는가.
천광암기자 경제부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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