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롯데 김영수 “희망을 던진다”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40분


성적은 9패에 평균자책 5.89. 올시즌 22경기에 나갔지만 단 1승도 없다.

팀도 승보다 패가 엄청 더 많다. 19승1무49패를 기록중인 팀은 2할대의 형편없는 승률로 프로야구 8개구단 가운데 꼴찌에 처져 있다.

어느새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더 익숙해졌다. 그래도 마운드에 또 오른다. 언제 첫 승을 거둘지 모르지만…. 롯데 왼손투수 김영수(27·사진). 그는 한때 ‘괴물투수’로 불렸다. 아마추어시절 왼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의 무시무시한 강속구에 삼진을 당했던 일본야구의 ‘국민타자’ 마쓰이 히데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괴물투수”라며 혀를 내둘렀던 때문이다.

인하대를 거쳐 97년 두산(당시 OB)에 입단했을 때에도 그의 무한한 재질을 높이 평가한 김인식감독은 “차세대 에이스”라며 잔뜩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김영수는 공만 빨랐지, 투수로서의 기본 조건이 부족했다. 컨트롤은 엉망이었고 배짱도 부족했다. 불펜에선 타자들이 그야말로 손도 못댈 공을 던지다가도 정작 마운드에 서면 땅바닥이나 백스톱쪽으로 공을 내던졌다. ‘패대기 투수’란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투구폼도 바꾸게 하고 별 시도를 다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두산에서 ‘허송세월’을 하길 3년. 입단후 3시즌 동안 단 1승도 따내지 못한 김영수는 2000년 롯데로 트레이드된뒤 비로소 ‘투수다운 투수’가 됐다.

공 스피드를 줄이는 대신 제구력을 가다듬는데 많은 노력을 했고 7승4패 1세이브 평균자책 3.79의 수준급 성적을 거두며 선발투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롯데는 “보물을 얻었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지난해 1승(6패)에 그친데 이어 올해도 승없이 9패. 선발과 구원투수를 오가는 원칙없는 보직에 적응이 안된데다 잘 던질때와 못던질때의 차이가 너무 났다. 4일 사직 SK전처럼 잘 던지고도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선발로 나간 다음날부터 불펜대기예요. 정상적인 투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그래도 빨리 연패를 끊어야 되는데 사실 창피해서 얼굴도 못들겠어요. 형들이 ‘너 나갈 땐 잘해야 된다’며 부담을 가지는 바람에 실수를 더 많이 해요.”

비록 전패 투수지만 김영수는 희망을 향해 던진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첫 승을 거두지 못하더라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희망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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