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물]고려대 안암병원 정철웅씨

  • 입력 2002년 7월 7일 17시 25분


“정말 부끄럽습니다. 몰래 숨어서 봉사를 하는 의사도 많은데….”

올해 ‘청년슈바이처상’의 전공의 부문 봉사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된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정철웅씨(30·전공의 4년차). 그는 수상소감을 ‘부끄럽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국 의료계의 장래 주역이 될 의대생 및 전공의 가운데 훌륭한 학술업적을 냈거나 봉사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청년슈바이처상.

지난해부터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등이 주관해 선정하고 한국MSD 제약사 등이 후원하고 있다.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정씨는 10년 넘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와 눈길을 끌었다.

92년 ‘다일공동체’에서의 주말 무료진료 활동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 현재는 서울 구로구 조선족교회에서 약품을 조달하는 업무를 맡는 한편 무료 진료활동을 펴고 있다.

“진료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3D’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어서 심한 관절 질환을 앓는 이들이 많습니다. 더러는 암 환자도 있어요. 신분 보장이 안되는 불법 체류자인데다가 낯선 타지에서 중병까지 앓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정씨 역시 많은 전공의가 수술에 따른 위험과 소송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외과 의사.

다른 진료과에서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의국장(치프)의 위치에 있지만 외과라서 지금도 수술과 당직을 ‘밥먹듯’ 하고 있다.

바쁜 일정 중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말 당직이 없는 ‘달콤한’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정씨는 바로 이 휴식시간에 조선족교회에서 무료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진료자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곳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를 하면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와 교회, 외국인 진료자가 자체적으로 보험을 만들어 의료 혜택을 확대해보려 하지만 돈은 항상 태부족이다.

정씨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못받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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