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당시 연일 1000억원, 많게는 3000억원을 쏟아 부으며 주식을 사들였고 그것도 모자라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1000억원대 순매수를 보이며 두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물론 주가도 급등했다.
그런데 비슷한 양상이 재현될 조짐이 나타났다. 최근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5일 하루만에 선물 시장에서도 무려 8285계약, 금액 기준으로 약 4089억원의 기록적인 순매수를 보인 것.
▽외국인 선물 매수〓5일 외국인의 선물 8285계약 순매수는 선물시장 개설 이후 3번째 높은 기록. 1998년 11월19일 8605계약을 순매수했고 지난해 미국 테러 다음날인 9월12일 1만2804계약을 순매수한 이후 최고다.
이 바람에 외국인의 선물시장 포지션도 순매도에서 단번에 순매수로 바뀌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11일 선물시장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이후 약 한달간 계속 순매도를 유지해왔으며 6월말부터 매도 규모를 확대해 누적 순매도가 5000계약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이 5일 하루만에 반전된 것.
▽추세의 전환?〓외국인투자가는 선·현물 시장에서 반대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좋게 볼 때 주식을 사는 대신 거꾸로 선물시장에서는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따라서 외국인이 선·현물을 동시에 매수한다면 이는 시장을 대단히 좋게 보는, 즉 헤지를 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증권가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점을 바꿨으며 증시의 추세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이들이 지수관련 대형주를 사들이면서 선물에서도 대량 매수로 돌아섰다는 것은 이들의 관점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조짐이라는 해석.
반대로 외국인의 선물 단타 매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의 테러 위험이 사라지면서 단기적으로 시장을 좋게 본 외국인들이 선물에서 짧게 치고 빠지려 한다는 주장.
결국 외국인의 진의는 이번 주 초반 그들의 투자 동향을 살펴봐야 짐작이 가능할 전망이다.
동양종합금융 전균 과장은 “주초에 외국인이 선·현물 동시 순매수 상태를 유지하거나 최소한 선물시장에서 대량 매도로 전환하지만 않는다면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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