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안정환의 반 정도만 돼도 벌써 세계적 스타가 됐을 텐데….”
그 의사는 로이터통신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최고의 골을 넣은 선수, 최악의 반칙을 당한 선수로 선정한 박지성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박 선수에게 성형수술을 해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꽃미남’은 아닐지라도 박 선수의 든직한 모습에 반한 여성 팬이 적지 않다. 뜯어보면 결코 밉상은 아니다. 박 선수는 특히 방송에서 평발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소개돼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광주에서 크로아티아와의 친선 경기가 끝난 뒤 현지 병원에서 평발로 진단받았다는 것.
사실, 운동 선수 중에 평발을 극복한 사람은 적지 않다. 미국의 육상 선수 칼 루이스도 평발이다. 보스턴 마라톤의 영웅 ‘봉달이’ 이봉주 선수는 발 안쪽에 뼈가 하나 더 있는 평발이다.
보통 발바닥이 옆에서 봤을 때 둥근 아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몸무게 압력을 분산하고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고도의 장치다. 이 장치가 없으면 발에 무리가 온다.
평발은 의학용어로는 편평족(扁平足)이라고 부르는데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구분된다.
병원에는 아기의 발을 보고 평발이라며 화들짝 놀라 찾아오는 부모가 많지만 대부분은 정상이다. 아기 때에는 발바닥에 지방이 도톰해서 평발처럼 보인다. 따라서 의사들은 5세 때까지는 웬만하면 평발이란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조금만 걸어도 통증을 호소하고, 신발의 바닥 안쪽 부분과 뒤꿈치 부분, 이 양쪽 부분이 모두 지나치게 닳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깔창이나 특수신발을 통해 증세를 예방할 수 있으며 근육운동 등으로 어느 정도 교정할 수도 있다.
후천성 평발은 골절이나 힘줄 인대 등의 손상, 관절염 등 때문에 생긴다. 방치하면 발목 관절염을 일으키므로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에도 깔창이나 특수신발을 이용하거나 근육강화 운동으로 치료할 수 있다. 증세가 심할 경우 발뼈의 힘줄을 떼었다 다시 붙이는 등의 수술을 받으면 된다.
요즘에는 평발도 발의 구조와 기능을 종합해 판단한다. 따라서 한때 평발인 청년은 무조건 입영대상이 안된다고 알려졌지만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입영할 수 있다.
박 선수의 스승인 명지대 축구팀 김희태 감독과 국가대표팀 김현철 주치의는 “박 선수의 발은 외형으로는 평발에 가깝지만 운동 생리학적으로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년 유럽 무대에서 뛰게 되더라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쉿’하며 손가락을 입에 대는 그의 골 세리머니가 끊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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