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이 끝난 뒤, 이웃 주부가 “아이들이 귀가하면 작전회의를 하고 싶어진다” “운전하다가 누군가 앞지르면 오프사이드라고 경적을 울린다” 등 ‘월드컵 후유증’에 대해 얘기하자 배를 잡고 웃다가 그만 소변을 지려 팬티를 적시고 만 것이다.
그의 지병은 바로 ‘소변찔끔증’(요실금·尿失禁). 기침만 해도 찔끔, 재채기를 해도 찔끔거려 기저귀를 차야 안심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병이다. 국내 성인 여성의 30% 정도가 이 병으로 고생하고 65세 이상 노인의 40∼50%가 이 병 환자이지만 요실금을 병으로 여기고 치료받는 사람은 한해에 70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변찔끔증도 제대로 진단받고 종류와 증세별로 적당히 치료받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찔끔증은 네 종류〓소변찔끔증의 50% 정도는 알게 모르게 배에 힘이 들어갔을 때 오줌보(방광)가 수축되고 요도조임근이 풀려 소변을 지리는 ‘복압(腹壓)찔끔증’이다. 이는 골반근육이 손상되거나 약해져서 복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변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골반 근육은 출산 때 상한 다음 제대로 회복되지 않거나 폐경기 때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20%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지리게 되는 ‘절박(切迫)찔끔증’. 자율신경계가 고장나 생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절박찔끔증과 우울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절박찔끔증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 4배 우울증에 잘 걸리고 우울증 환자는 또 우울증이 없는 사람보다 3, 4배 절박찔끔증에 잘 걸린다는 것. 과학자들은 둘 다 뇌에서 분비되는 세라토닌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에 주목하고 있다.
30% 정도는 이 두 가지를 함께 갖고 있는 ‘복합(複合)찔끔증’이다.
극히 드물지만 당뇨병, 전립샘질환, 만성 변비 등으로 소변이 나가는 길에 문제가 있어 방광이 넘쳐 흐르는 ‘일류(溢流)찔끔증’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원인 치료를 하면 대부분 증세가 사라진다.
▽종류별 치료법〓복압찔끔증은 증세가 가벼우면 골반근육 운동, 바이오피드백, 전기자극치료로 고칠 수 있다. 증세가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표 참조
골반근육운동은 찔끔증 환자뿐만 아니라, 출산 뒤 모든 여성에게 필요하다. 이 운동은 항문을 오무려 골반 근육을 5초 정도 수축했다가 10초 정도 쉬는 것을 아침 저녁에 각 20번씩 반복하는 것. 조금씩 수축 시간을 늘려 10초 수축했다가 5초 쉬도록 하며 처음에는 누워서 하다가 나중에는 앉아서 하거나 서서 하도록 한다. 3∼6개월 지속하면 60∼70%가 효과를 본다. 이 운동을 할 때 배에 힘을 주면 오히려 찔끔증이 더 심해지므로 조심한다.
바이오피드백은 질(膣) 안에 작은 기구를 넣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 상태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골반근육을 운동하는 것.
전기자극 치료는 질 안에 전기가 흐르는 기구를 넣어 신경을 자극해 골반근육을 수축 이완시키는 치료법으로 바이오피드백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절박찔끔증은 대부분 소변 보는 시간을 조절하는 훈련, 약물 복용 또는 주입 등으로 고치며 심할 경우에는 장의 일부를 이용해서 방광의 크기를 늘리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복합찔끔증은 복압찔끔증의 치료를 우선하고 나서 증세별로 골반근육운동, 약물치료, 수술 등으로 고친다.
한편 담배를 피우면 기침이 나와 증세가 악화되므로 찔끔증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변비는 복압을 높이므로 변비 치료를 따로 받는 것이 좋다. 수술을 못받는 노인이나 치매 환자는 성인용 기저귀를 이용하도록 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40대 30% "소변 참기 힘들어"▼
지난해 대한비뇨기과학회의 조사 결과 40대 남녀 중 30.5%가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고 요의가 느껴지면 참지 못해 속옷을 적셔 사회생활이 힘든 ‘과민방광’이라는 배뇨(排尿)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민방광은 △수시로 소변이 마려운 빈뇨 △특히 밤에 소변을 2차례 이상 봐야 하는 야간빈뇨 △한번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이 때문에 소변을 지리는 절박찔끔증 등이 대표적 증세다.
과민방광은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생기며 3분의 1 이상이 남성 환자다. 눈에 띄는 원인 없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더러 뇌중풍 파킨슨병 디스크 등 신경계의 질환 때문에 2차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남성은 전립샘비대증, 여성은 방광염의 2차 증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단, 술자리에서 남보다 소변이 자주 마려워 ‘총신(銃身)이 짧다’고 놀림받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과민방광이 아니다. 음주 때에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데다 알코올의 이뇨 작용 때문에 소변이 자주 나오며 사람마다 배뇨 간격에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과민방광은 소변배출을 주관하는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하는 약이나 방광 수축 만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변을 보는 ‘방광 훈련’으로 치료한다. 소변이 마려울까봐 미리 소변을 보면 오히려 배뇨 간격이 짧아져 증세가 악화되므로 의식적으로 참아서 소변보는 간격을 늘려야 한다. 특히 야간빈뇨의 경우 수면 부족, 신체 피로 등이 유발되며 우울증 정서장애 골절사고 등으로 연결되기 쉽다. 약물요법과 수분섭취 제한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과민방광의 초기 증세가 나타나면 커피, 녹차, 탄산음료, 초콜릿, 매운 음식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을 피하도록 한다.
▼복압찔끔증 치료 시술법▼
치료법 | 방 법 | 수술성공률 (%) | 마취 | 수술시간(분) | 입원유무 | 수술비(원) |
조직이용슬링수술 | 자신이나 타인의 배 근육을 싸고 있는 근막이나 질(膣)의 조직을 요도 밑에 넣어 요도를 들어올리고, 조직의 양쪽 끝을 배에 꿰매줘 요도의 압력을 높인다. | 85 (10년 뒤) | 전신 | 90 | 유 | 80만∼100만 |
TVT수술(변형슬링수술) | 질 속으로 생체테이프를 넣어 요도를 들어올리고 테이프를 배에 걸어주는 것. 특수한 구조의 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꿰맬 필요가 없어 회복기간이 짧다. | 85 (5년 뒤) | 국소 | 20 | 무 | 180만 |
개복수술 | 아랫배를 절개한 뒤 느슨해진 요도 주위의 질 조직을 실로 묶어 교정. 자궁적출술을 시행한 경우 등 특수한 환자에게 시행. | 83 (10년 뒤) | 전신 | 45 | 유 | 80만 |
복강경수술 | 배에 작은 구멍 3개를 뚫고 복강경을 넣어 느슨해진 방광 요도 조직을 실로 묶어 교정. | 83 (10년 뒤) | 전신 | 45 | 유 | 120만 |
요도주위주사법 | 요도 주위에 실리콘 콜라겐 등 물질을 주입해서 요도의 압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요도 자체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시행. | 30∼50 (3년 뒤) | 국소 | 20 | 무 | 120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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