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는 얼마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발가락이 갑자기 아파 절뚝거리며 병원을 찾았는데 의외로 무좀때문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군대에서 무좀이 생긴 남편이 15년 동안 병을 고치지 않아 옮은 것이었다.
안씨가 “엉뚱한 것만 옮겨준다”며 남편을 몰아붙이자 부부싸움으로까지 발전했던 것.
안씨처럼 가족때문에 무좀에 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국 피부과 전문의들의 무좀 관리 전문 사이트 풋케어(www.footcare.co.kr)가 무좀 환자 3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8%인 1821명은 다른 식구에게도 무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좀에 시달린 기간과 가족 환자의 비율은 서로 비례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좀이 처음 생긴지 6개월 내인 경우에는 45.3%가 가족 중 무좀 환자가 있다고 답한 데 비해 무좀이 생긴지 2년된 환자는 51.5%, 10년된 환자는 62.5%가 가족 중 감염자가 있다고 대답한 것이다.
건국대 의대 민중병원 피부과 안규중 교수는 “무좀의 치료 및 예방은 가족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당뇨병 환자는 무좀에 걸리면 발이 썩어들어가서 잘라야 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당뇨병 환자의 가족은 환자의 발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좀 알고 치료하자〓무좀은 백선균이라는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질환으로 성인의 40∼50%가 앓고 있는 ‘국민병’이다. 무좀은 발에만 국한되지 않고 온몸으로 옮기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무좀은 침범 부위에 따라 두부백선(기계충) 얼굴백선 손·발톱무좀 어우러기 완선 등으로 불린다.
종류 | 발병부위 | 증 세 | 주의사항 |
손·발톱무좀 | 손톱, 발톱 | 손·발톱의 광택이 없어지고 색깔이 변한다. 손발톱이 두꺼워지거나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잘 부스러진다. | 방치할 경우 다른 부위가 감염되기 쉽다. |
발무좀 | 발바닥, 발가락 사이, 발등 | 발가락 사이가 갈라진다. 발바닥 주변부를 따라 물집이 생긴다. 발바닥이 두꺼워지고 갈라진다. | 당뇨병 환자에겐 발을 잘라야 할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
손무좀 | 손등, 손가락 | 한쪽 손에만 무좀 증상이 나타난다. | 주부습진과 헷갈리지만 주부습진은 양 손에 함께 나타나지만 무좀은 주로 한 손에 나타난다. |
체부백선 | 몸통에서 주로털없는 부위 | 감염 부위가 둥근 원모양인 경우가 많고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 습진과 구별하기 어렵다 |
어루러기 | 앞가슴, 등, 어깨, 목, 팔의 윗부분 | 작고 둥근 회백색 또는 갈색의 반점이 마치 지도(地圖)처럼 나타난다. 살갗의 탈색이 일어나곤 한다. | |
완선 | 음낭부, 넓적다리, 엉덩이 | 남성에게 주로 생기고 물집이 생기며 피부 색깔이 변한다. | 2차 피부염과 감염 위험이 있다. |
두부백선 | 머리 | 원형또는 타원형 모양으로 탈모증세가 일어난다. 70∼80년대 중고생이었던 사람이겪었던기계충이두부백선. | 이발기구, 모자 등을 통해 감염된다. |
무좀은 나이가 많을수록 환자가 많으며 어린이에게는 환자가 드물다.
아이에게도 무좀이 생기지만 발가락 사이가 아닌 발끝이 갈라지는 경우에는 아토피피부염, 발등만 가려운 경우는 신발에 의한 습진의 일종인 접촉피부염일 가능성이 크다.
▽무좀은 치료된다〓무좀균이 독하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무좀이 치료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 환자가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약이 금세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한두 번 연고를 바르거나 며칠 약을 먹고 증세가 사라지면 약을 끊기 일쑤다. 그러나 무좀은 증세가 사라지고 나서도 1, 2주는 더 치료해야 완치할 수 있다.
무좀 치료제는 크림형, 스프레이형, 파우더형 등 외용제와 먹는 약으로 구분되며 무좀 부위와 증세에 따라 약 투여시기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증세가 약하거나 손발에만 무좀이 있을 때에는 외용제로도 충분하지만 증세가 심하거나 손발톱까지 감염됐다면 먹는 약을 쓰는 것이 좋다.
▽“뿌리를 없애려면 먹는 약을”〓먹는 약은 곰팡이가 세포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소를 분비하지 못하게 해서 무좀을 죽이는 것이다.
흔히 먹는 무좀약은 간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옛날 약에 비해 최근 약은 간이나 위에 부담이 거의 없어 간 환자가 아니면 복용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먹는 약으로는 한국얀센의 스프라녹스가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일정 기간 복용하면 약효가 지속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발무좀이면 1주 복용하면 끝나고 발톱 무좀의 경우에는 1주 복용하고 3주 쉬는 방법으로 3개월 복용하면 된다.
이 밖에 한국노바티스의 라미실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2가지가 나오고 있다. 한국화이자의 디푸루칸은 1주일에 한 번만 먹으면 된다.
▽무좀을 예방하기 위해선〓매일 발가락 사이를 비누로 깨끗이 씻고 수건으로 습기를 제거한 다음 철저히 말린다. 파우더를 뿌리는 것도 방법이며 파우더는 녹말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신발은 적어도 두 켤레를 번갈아 신고, 가능하면 구두나 운동화 대신 샌들을 신도록 한다. 실내 근무를 할 때에는 실내화로 갈아 신도록 한다.
장마철에 신발이 물에 젖었을 때에는 귀가 후 비누를 이용해 발을 깨끗이 씻고 신발은 반드시 바짝 말린 다음 신도록 한다.
공중 목욕탕에서 무좀에 걸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공중 목욕탕은 온도와 습도가 무좀균이 서식하기에 좋기 때문. 반드시 목욕탕을 나올 때 발을 씻도록 하며 체중계나 실내화를 이용하지 않도록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민간요법…식초-소금 등 이용은 '긁어 부스럼'▼
무좀 치료에 실패한 사람은 치료방침에 따르지 않은 자신의 잘못보다는 의사나 약 탓을 하고 민간요법에 매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민간요법으로 부작용에 시달렸으면 시달렸지 무좀을 완치한 경우는 없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식초에 정로환을 타서 발을 적시거나 담그는 것. 식초는 곰팡이가 기생하는 각질층을 벗겨내서 가려움증과 물집이 나타나는 증세를 일시적으로 없앨 수는 있지만 곰팡이를 죽이지는 못하므로 곧 다시 무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휘발유나 빙초산, 굵은 소금, 마늘 등을 바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민간요법을 쓰거나 뜨거운 모래사장을 걷는 것은 피부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킬 뿐이다. 화상과 2차 세균감염 때문에 더 고생할 수도 있다.
소주에 무좀 부위를 담글 때에는 알코올 때문에 무좀균을 박멸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시원한 느낌과 자극 때문에 가려움증이 해소되는 것이지 이 역시 무좀을 완치하지는 못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요법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쉽고 완벽한 무좀 완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