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의 이런 시장, 저런 부시장

  • 입력 2002년 7월 7일 18시 02분


이명박 서울시장이 공사(公私)를 가리지 못하는 어지러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주는 공적인 행사를 아들과 사위가 기념촬영이나 하는 ‘가족행사’ 자리로 만들어 빈축을 사더니 근무 시간에 부인이 회장으로 있는 모 여대 고위지도자과정 총동문회 수련회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 시장이 서울시장 자리를 ‘가문을 위한 감투’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이 시장은 사진 촬영문제가 불거지자 거짓 해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시민들의 비난이 들끓자 마침내 “사려 깊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 시장이 태풍경보로 전국에 비상이 걸린 4일 오후 근무시간에 부인의 사적모임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로 그가 반성했다고 믿는 서울시민은 드물 것이다.

이 시장과 함께 서울시정을 이끌 정두언 정무부시장도 사적인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며 “(지역구인) 서대문구를 위해 예산을 많이 따내겠다”는 말을 해 실질적인 선거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시장과 부시장이 주도하는 수도 서울의 행정이 얼마나 공평무사하게 진행될지 걱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권력비리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크게 영향을 미쳐 후보의 자질보다는 소속 정당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이 시장도 전국적으로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가운데 서울시민들이 마지못해 차선책으로 그를 택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이 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 당선자에게 “겸손하게 국민과 주민을 떠받드는 행정을 펴달라”고 강조한 것도 그 같은 민심 때문인데 그는 길을 거꾸로 가고 있다.

이 시장은 깊이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등 부적격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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