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론, 시기도 방법도 옳지 않다

  • 입력 2002년 7월 7일 18시 02분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개헌론의 핵심을 개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개헌을 고리로 현재의 정치지형을 바꿔보려는 일부 정치세력의 정략적 성격이 강하다. 현재 개헌론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민주당 비주류다. 거기에 자민련과 민국당 등이 동조하고 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주류는 반대한다. 개헌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주류가 반대하는 개헌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비(非) 현실적 개헌론의 정략적 목표는 정계개편이다. 이른바 ‘반이비노(反李非盧)’, 즉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 반대하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세력이 개헌을 앞세워 제3세력으로 결집한다는 것이다. 8·8 재·보선 이후를 염두에 둔 ‘새판짜기 전략’이다.

우리는 이들 정략의 성사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정계개편의 수단으로 개헌을 이용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라 운영과 국민의 삶 전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권력구조 문제가 일부 정치세력의 정략적 접근으로 다루어져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헌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불과 5개월여 남겨놓은 현시점에서 그 같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당의 경우 집권하면 개헌할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사를 묻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가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공론화해서 국민 공감을 얻는 새로운 권력구조를 확정하면 된다. 지금의 개헌론은 시기와 방법에서 모두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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