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족은 ‘개인으로는 우수한데 단결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종종 받아왔다. 그런데 축구는 팀워크를 통해 협력정신을 함양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운동경기라고 할 수 있다. 골프나 마라톤 같은 스포츠로는 온 국민을 이번 월드컵처럼 집단적인 열광상태로 몰아넣지 못했을 것이다. 팀 정신의 중요성은 이번 한국대표 23명 모두에게 상금을 차등 지급하지 않고 균등 지급한 데서도 알아볼 수 있다.
▷바로 그 팀 정신이야말로 한국 여성들이 지난 한달간 한국팀 경기를 관전하면서 즐겁고 자연스럽게 얻은 교훈이요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남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동네 축구나 야구 등을 통해 협동정신을 배워온 반면 여자아이들은 집단적 놀이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인형놀이나 피아노 등 혼자서 하는 일에 익숙해왔다. 이러한 청소년 시절의 놀이문화가 여성이 성장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직장에서 남성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고, 여성들이 개인적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이 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필자가 광역단체장 당선자 16명의 명단을 신문에서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외국인이 불쑥 던진 한마디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왜 여자는 한 사람도 없어요?”
▷대한축구협회는 앞으로 일반 여성을 위한 축구 육성에도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누가 알 것인가. 다음에는 한국의 여성축구팀이 세계 우승컵을 거머쥐는 기적을 이룰지. 이제 축구 팬이 된 ‘W세대(World Cup Generation)’ 한국 여성들은 팀워크 정신을 잘 배워서 국내의 정치 경제 문화계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도 대거 진출하게 되기를 바란다. 여성의 눈으로 본 이번 월드컵의 최대 성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홍연숙 객원논설위원·한양대 명예교수·영문학 yshong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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