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4시55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층 로비. 수사 기밀 누설 혐의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통보한 날짜보다 하루 앞당겨 출두한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이 기다리고 있던 40여명의 취재기자들에게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포토라인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신 전 총장은 마중나온 대검 관계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7층 중수부장실로 올라갔다. 김종빈(金鍾彬) 중수부장과 약 15분 동안 대화를 나눈 신 전 총장은 자신을 조사할 이재원(李載沅) 중수3과장을 소개받은 뒤 11층 특별조사실로 자리를 옮겼다.
전직 검찰총장이 검찰에 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은 92년 12월 ‘부산 초원복집 사건’의 김기춘(金淇春)씨, 99년 7월 ‘옷로비 사건’의 김태정(金泰政)씨에 이어 3번째. K씨도 부패방지위원회의 고발로 최근 조사를 받았으나 비공개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기춘씨에 대한 서울지검 조사 때는 서울지검 간부들이 직접 나와 영접하고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반면 김태정씨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예우를 받지 못하고 출두했다. 신 전 총장에 대한 조사는 7일 오전 6시반 경까지 계속됐다. 신 전 총장이 “한 번에 끝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밤샘 조사를 하고 돌려보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신 전 총장이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했으며 말도 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전 총장은 수사 기밀 누설이나 직권 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논리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전 총장의 혐의 조사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지만 조사 과정에서는 전직 총수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려는 모습이었다.
김 중수부장과 박만(朴滿) 중수부 수사기획관 등은 수사 실무진과 함께 신 전 총장이 귀가한 7일 아침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6일 오후 조사 상황을 설명한 박 기획관은 신 전 총장에 대해 ‘분’이라는 존칭과 경어체를 사용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