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는 매일 각 증권사가 발행하는 20여종의 데일리(Daily·일일 투자전략 보고서)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 “증권사 애널리스트 말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대신 데일리의 행간(行間)을 읽으면 한국 증시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취지로 농반진반의 ‘데일리 거꾸로 읽기’ 장세 예측 기법이 몇 가지 알려져 있다.
영국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가 사용하는 ‘R-인덱스’라는 게 있다. R-인덱스는 신문 기사에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를 세어서 경기침체 여부를 판정하는 법. 영국 언론이 여간해서는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이런 우회적인 경기 진단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본뜬 ‘그러나-인덱스’와 ‘한편-인덱스’는 데일리를 이용한 한국 증시 고유(?)의 장세 판별법. 당일 나온 데일리에 ‘그러나’나 ‘한편’이라는 부정형 또는 한정형 접속부사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를 세어 보고 당일 장세를 예측하는 법.
예를 들어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악재도 적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한편 미국 증시 영향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식으로 데일리에 접속사가 많이 사용되면 그날 주가에 별 기대를 안 하는 게 좋다. 뭘 모르면 말만 많아진다고 전문가들이 주절주절 말을 길게 늘어놓는 날은 시장이 좋을 게 없다는 것.
데일리에 다양한 추천 종목군이 등장하면 주식투자를 쉬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9일에는 ‘하반기 주가차별화 예상 종목’(현대증권) ‘환율하락 수혜주’(동부증권) ‘외국인 선호종목’(SK증권) ‘저평가 안정주’(한투증권) 등 다양한 추천 종목군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런 날은 뭘 살까 고민하지 말고 아예 쉬는 게 좋다는 해석. 겹치는 종목 없이 각 증권사마다 나름대로 다양한 추천을 한다는 것은 현 장세에 뚜렷한 주도주가 안 보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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