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미 국립보건원이 파스퇴르 연구소의 에이즈 바이러스 최초 발견을 인정해 대결은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분쟁 덕분에 ‘의학 강국’ 프랑스의 상징으로 떠오른 몽타니에 교수가 몇 년 전 파스퇴르 연구소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다. 에이즈 백신 개발에 나섰으나 예산 부족으로 성과가 없어 상심하다가 거액의 연구비를 제시한 미 연구소의 스카우트 제의에 넘어간 것이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나서 국가의 자존심을 깎는 행동이라며 만류했으나 그를 막지 못했다. 언론은 1라운드에서 이긴 프랑스가 2라운드에서는 패했다고 꼬집었다.
▷몽타니에 박사의 사례에서 보듯 에이즈와의 싸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치료제 개발은 물론 예방과 증세 악화를 막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 7일 시작된 세계 에이즈총회도에이즈와의 싸움을 위한 전비(戰費)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피터 피오트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총장은 “에이즈가 심각한 국가에서 감염증가 추세가 수그러드는 조짐이 전혀 없다”는 말로 에이즈에 무력한 현재 상황을 요약하며 선진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경우 에이즈 때문에 평균수명이 39세로 줄었다고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 75.6세와 비교하면 그들의 생애가 얼마나 짧은지 가늠이 된다. 사하라사막 남부 7개국의 평균수명이 모두 40세 이하라니 그곳에서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가 아니라 인생사십고래희(人生四十古來稀)다. 8일 아프리카단결기구(OAU) 정상회의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평의회 의장은 “우리는 거지가 아니며 자긍심과 위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에이즈의 경우만 해도 ‘아프리카의 비극’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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