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인양작업 통보하라니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56분


북한이 서해교전에서 침몰한 우리 고속정을 인양할 때 사전 통보하라고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억지다. 북측의 요구는 일차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겠다는 속셈임이 틀림없다. 서해 만행을 저지른 ‘원인제공자’ 북한이 고속정 인양에까지 간섭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은 이 같은 요구의 근거로서 인양작업이 진행될 곳이 자신의 ‘군사통제수역’ 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인양과정에서 새로운 충돌을 막으려면 작업날짜 등을 미리 자기 측에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무력도발을 공개적으로 협박하는 북측의 자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통제수역’이란 1999년 9월 북측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남북간에 합의한 적이 없다. 반면 NLL은 지난 40여년간 우리 군이 사수해왔고 북측도 1999년 이전까지는 그 실체를 사실상 인정해온 선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제11조)고 합의한 것이 그 증거다. 이제 와서 북측이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오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북측의 이번 요구에는 서해교전 상황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획된 무력도발로 우리 해군장병 24명이 순국하거나 다친 이번 교전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기 원한다면 북한은 먼저 유엔사가 제의한 판문점 장성급 회담을 받아들이고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북측이 이런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격앙된 남측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사리에 맞지 않는 북측의 요구에 단호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만에 하나 고속정 인양과정에서 북측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당당한 대북 자세를 보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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