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대학 학부제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04분


▼기초과학 순수학문 교육부실화 초래▼

대학이 학문을 위한 학문의 장일 수만은 없는 한국적 풍토에서 학부제는 그 본래의 이상적 취지에서 벗어나 학문 발전의 기형화와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

학부제의 광역 모집단위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1∼2년 후 전공 선택시 대다수가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 위주의 이른바 인기학과로만 몰려 상대적으로 취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은 순수학문이나 기초과학 분야의 학과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 경우 대학교육의 부실은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를 막론하고 빚어진다. 인기학과의 경우에는 과다한 학생수로 인한 강의 환경의 악화가 그 요인이며, 비인기학과는 학생수 감소로 존폐의 위기에 처한다. 또 소수의 학생들마저 학습의욕 저하 속에서 최소 전공학점만 이수하고 나면 제2전공으로 달아나 버리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학문의 균형 발전을 막고 대학의 총체적 위기론마저 낳고 있는 학부제를 원점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교육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 양쪽으로부터 배척받고 있는 학부제를 지금처럼 재정지원을 무기로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관우 공주대 교수·독문학

▼전공교육 악화시켜 진학만 부추겨▼

1995년에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넓히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 아래 도입된 대학의 학부제가 계속 문제점과 부작용을 낳아 이제 폐지하거나 재검토할 단계에 들어섰다. 우선 학생들의 전공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기초학문은 실종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모집시에는 학부단위로 선발했지만 2, 3학년 때는 자신의 전공을 찾게 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이 잘 되고 고소득이 보장되는 학과로 몰림으로써 비인기학과는 존폐의 기로에까지 놓이게 되었다. 둘째, 비유사학과끼리 무리하게 통합함으로써 오히려 학부제가 비효율성을 야기시켰다. 유사학과끼리는 몰라도 교육부의 무리한 강행에 맞추다 보니 유사하지 않은 학과끼리도 통합하게 되어 학문의 연계성이 없어지면서 효과도 떨어지게 되었다. 셋째, 학부제 실시는 오히려 전공교육을 약화시켜 전공은 대학원에 진학해 배우도록 유도함으로써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증가시켰다. 입학시부터 전공(학과) 위주로 선발해 4년간 전공을 열심히 하면 되는데 어정쩡하게도 광범위하게 학부제를 택하도록 해 학부에서의 전공 실력은 미미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장삼동 부산 사하구 신평동

▼대형강의 많아 수업 집중력 떨어져▼

현재 학부 1학년으로서 내가 겪은 학부제는 현실적으로 어떤 실효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선택 기회 확대, 학문간의 유기적 통합이라는 학부제의 목표는 점점 더 허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1학년 동안 수박 겉 핥기 식의 몇 가지 전공 기초 과목을 듣고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그 학문에 대한 오해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수업에 있어서도 대형 강의가 많아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업 진행이 효율적이지 못하며, 학생들의 발표 기회가 적고, 교수님과의 유대관계도 거의 없어 신입생들은 학생으로서의 신분에 혼란을 겪게 된다.

전공 선택 측면에서는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에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대학 입학 전에 전공 선택과 학생의 적성 계발에 대한 활발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굳이 학부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또 입학 후에도 전과나 복수전공으로 다른 학문을 좀더 깊이 있게 접할 기회가 있다. 대학 4년 중 1년을 깊이 있고 알찬 학문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점에서 학부제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김수정 loveya100@hanmail.net

▼전공학과 선택-적성발굴에 효과적▼

나는 학부제 폐지에 반대한다. 실제로 대학입학 때 자기적성에 맞는 학과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해 대학에 다니면서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부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전공 선택 때 인기학과에만 몰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쟁체제에서 서열은 어차피 매겨지게 되어 있다.그리고 인기학과란 것이 어디 있는가. 농학계열이 천대받고 문학계열이 취업 안 되고 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자기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서 그 분야를 파고들어 보라. 정말 취업이 안 되는가. 상경계열이나 법대가 우대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취업문제에만 연계시켜 학부제를 폐지한다면 또 다른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상경, 법정, 의대의 경우도 전공이 맞지 않아 사회에서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이들이 많다. 학부에서 1년간 자기적성이 무엇인가 탐색해보고 적성 발굴의 시간을 가지면서 신중한 학과 선택을 해 매진하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류은상 경북 경산시 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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