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운다는 명사산은 밤의 산이다. 모래가 햇볕에 뜨겁게 달구어진 낮에, 산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역의 뜨거운 태양이 떨어지고 저녁 코란 소리가 길거리에 퍼져나갈 즈음 사람들은 뜨뜻하게 식은 붉은빛 명사산으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산 위에서 일몰을 보려고 동서 40㎞, 남북 20㎞에 해발 1650m의 모래산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무겁고 큰 신발을 신을수록 푹푹 빠져 들어가는 모래언덕.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만이 걸음을 자유롭게 한다. 사람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성자의 행렬처럼 그림자를 드리우며 줄지어 명사산을 오른다. 해가 지면 어느덧 멀리 보이는 마을은 검게 물들어 불빛만 반짝거리고 마을인지, 등의 행렬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때 바람이 먼저 서서히 불어왔다. 바람의 강도가 점점 세지며 모래가 ‘스르륵 스르륵’ 울면서 바람 따라 형태를 조금씩 바꿀 때…. 달은 떠올랐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사람들도 침묵했다. 산을 오를 때의 북적거림은 없어지고 달이 뜰 때 동반된 그 바람과 붉은 빛과 노란 빛을 함께 섞은 듯한 달의 색, 분위기, 산 아래 멀리 보이는 마을 불빛….
사막 한가운데 그림 같은 누각과 초승달 모양의 오아시스 월아천. 그 위로 떠오른 달. 그것은 도취였다. 모래산 위에서 그 달빛을 받고 있던 달에 취한 사람의 옆얼굴은 또 얼마나 멋있던가. 은밀함이 섞인 도취다. 그 은밀함에 빠져 있다 보면 달은 어느새 하얀 빛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 높이 걸려 있고 그 빛 아래서 사람들은 모래를 타고 죽 썰매 타듯이 산을 내려온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긴 선을 남기며 점이 흘러가는 듯이 보인다.
2000년 여름. 사막의 달을 보기 위해 둔황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실크로드 여정의 중간이던 둔황. 그곳에서 일행 중 한 사람이 지독한 감기에 걸려 일정을 미루며 며칠을 머물게 된 우연 덕분에 명사산의 달을 보게 된 것이다.
아침에 코란 독경에 잠을 깨고 저녁 코란이 울릴 때면 달 보러 올랐던 명사산. 그 달 아래 월아천 옆에서 울던 낙타의 울음소리가 아직 또렷하다. 강석란·오리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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