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 입력 2002년 7월 12일 17시 32분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프란시스코 페레·박홍규 지음 이훈도 옮김/272쪽 1만1000원 우물이 있는 집

“국가가 교육을 맡아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관념으로는 위험천만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의 권위에 복종하는 신민(臣民)’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으로 여겨졌던 19세기 말 절대왕정사회에서 나온 말이라면 수긍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서머힐’을 설립한 A. S. 닐보다 한 세대나 앞서 자유교육을 주창 실천한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평전이 국내에 처음 나왔다. 1부에서는 박홍규(영남대 법대 학장) 교수가 그의 사상과 생애를 소개했고, 2부에는 페레가 직접 쓴 ‘모던스쿨의 기원과 이상’을 번역 전재했다.

페레가 고국 스페인에 세운 자유학교는 아동의 자치를 강조하는 서머힐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아동의 자유와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당대의 가장 선구적인 자유학교였다.

권위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인격체의 양성에 목적을 둔 페레의 교육철학은 닐 외에 슈타이너, 돈 보스코 등 많은 자유교육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다양성 존중, 인격 존중의 그의 교육은 도중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군사반란 배후조종’이란 어마어마한 누명을 쓴 채 50세의 나이로 처형됐기 때문이다.

페레의 교육관에서 가장 선구적인 부분은 “아이 자체가 가진 능력을 키워주는 것 이외의 목적이 교육에 개입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것. 예를 들어 ‘국가에 이로운 국민이 될 수 있는가’라는 등의 잣대로 유능한 아동과 무능한 아동을 구별짓지 말라고 주장한 것이다. 현대 국가교육의 ‘서열화’가 비인간적인 경쟁과 배타심을 유발한다는 데는 이의를 다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페레로 돌아가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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