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최대의 적, 모기/앤드루 스필먼 외 지음 이동규 옮김/252쪽 1만2000원 해바라기
시큼한 냄새, 축축한 습지, 불결한 환경을 떠올리게 하는 반가울리 없는 여름철 손님, 초파리와 모기.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둘이지만, 각자 받는 평가는 극과 극을 이룬다.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와 ‘인류 최대의 적’ 모기로.
1909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동물학 교수 토머스 헌트 모건은 초파리를 통해 유전의 물리적 기초가 염색체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초의 유전자 지도도 초파리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것. 지금까지 초파리를 주제로 삼아 발표된 논문은 무려 10만여편에 이른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저자는 초파리의 탄생과 학습, 노동, 죽음 등을 역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초파리와 함께 전개된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보여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초파리나 사람이나 술에 취했을 때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암컷에게 노래를 부르며 구애하는,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는 수컷 초파리의 행태는 소설보다 재미있게 읽힌다. 20세기 유전학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생애도 함께 담았다.
인류에 ‘도움’을 준 초파리에 비해, 모기는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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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프랑스의 파나마 운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중 약 1200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이후 공사는 중단되고 수만명의 투자자들이 30억 달러 상당을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원인은 바로 모기.
이뿐이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을 여행할 때는, 미리 아내가 재혼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으라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 오늘날에도 모기는 화약약품의 대공세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여름밤 사람들의 귓전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윙∼’
‘∼모기’는 인류 역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사례와 함께 작은 모기의 탄생, 번식 방법 등 생태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모기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책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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