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김한옥/부동산 이젠 전문 디벨로퍼시대

  • 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26분


경제 성장기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던 건설업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방만한 경영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부동산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외환위기 전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서 묵히면(Buy and Holding)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과 ‘집을 짓기만 하면 분양된다’는 이야기가 진리로 통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은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과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면 환금성이 떨어져 현금 흐름이나 기업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속도(Speed)’로 요약될 수 있는 디지털혁명으로 소유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어야만 할 시점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작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디지털에 기반한 속도의 네트워크 경제에서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리크킨에 따르면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 등의 지적 재산이 실리를 가져오고 속도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과거 경제에서 경쟁력은 소유, 즉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생산시설을 확보했는가에 좌우됐지만 디지털경제에서는 기업조직이 얼마나 유연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부담스러운 소유보다는 언제든 필요한 때 사용할 수 있는 리스 전략이 중요해졌고, 필요한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됐다. 가능한 한 소유하지 않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부동산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부동산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필요한 때 사용하는 이용 대상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부동산 개발과 관리전략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대형 건설사가 주도했던 부동산개발보다는 전문 디벨로퍼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건축 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자금력을 가진 대형업체가 대규모 조직으로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방식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시장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업체들이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개발사업 전체에 대한 전문지식과 첨단 파이낸싱 능력을 갖추고, 수요자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해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부동산디벨로퍼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부동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개발사업 초기 기획단계부터 설계전문가, 시공업자, 준공 후 건물을 운영할 퍼실리티 매니저(Facility Manager) 등이 참여해 사업 전체의 윤곽을 결정하는 통합설계(Integr-ated Design) 방식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운영수익 극대화를 위해 전문적인 자산관리가 전문업종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정확한 수요자의 요구 파악, 신속한 상품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 차별화된 설계와 효율적인 현장관리, 혁신적인 마케팅과 준공 후 사용자들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과 조직을 갖춘 디벨로퍼가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김한옥 ´도시와 사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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