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859년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으면서 창조론은 흔들리게 된다. 이후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이론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고 창조론자들은 숨을 죽여야 했다. 인류의 기원을 화석이나 DNA 분석을 통해 추적하는 과학적 방법에 종교적 세계관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20세기 후반 들어 다시 반격을 개시했다. 법학교수 필립 존스의 ‘재판을 받는 다윈’(1991), 생화학자 마이클베히의 ‘다윈의 블랙박스’(1996) 등이 이를 체계화한 책이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성경에 매달리는 대신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원용하는 새로운 창조론이다.
▷이번에는 진화론자들을 흥분시키는 새로운 화석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원인(猿人) 화석 중 가장 오래된 700만년 전의 화석이 아프리카 중부 차드공화국에서 발견됐다고 영국의 과학지 네이처가 보도한 것이다. 프랑스 고생물학 교수가 이끄는 10개국 다국적 연구팀이 원형이 거의 보존된 두개골과 2개의 아래턱, 3개의 이빨 화석을 발굴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를 현지어로 ‘삶의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투마이(Toumai) 원인’으로 명명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원인 화석보다 최소한 100만년 이상 앞서는 것이라니 인류 기원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것 같다.
▷지난달 한국창조과학회의 임번삼 박사는 ‘잃어버린 생명나무를 찾아서’란 책을 통해 진화론을 이렇게 비난했다. “여러 곳에서 발견한 유골들을 한 곳에서 발굴한 것인 양 위장해 발표한 사례들이 많으며 임의로 연대를 선정하고 동물의 것으로 확인된 유골을 인류의 중간조상인 호미노이드의 유골로 계속 주장하는 등 진화론적 인류기원설은 허구로 가득 차 있다.” 이번 발굴을 두고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화해는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까.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이나 과학 없는 종교나 모두 문제’라고 했는데.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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