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71…아리랑(10)

  • 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37분


“아버지도 저 세상에서 기뻐하실 거다. 윤군과 강군은 손 안 드냐. 뭐 할 수 있을 만한 게 없다냐?”

윤정학과 강종오는 고개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정학 옆에 앉아 있는 박상헌이 “감자 캐는 거 도왔습니다” 라고 재빨리 소근거리자 “참견 하지마!”라면서 선생은 분필을 던졌다. 분필은 박상헌에게 맞지 않고 앞자리에 있는 이우태의 이마에 맞고 부서졌다.

“박군, 앞으로 나와!”

박상헌은 일어나 교단 앞으로 나갔다.

“손하고 다리하고, 어느 쪽이 좋냐?”

“…다리…”

선생은 칠판 밑 분필함에서 회초리를 꺼내고, 박상헌은 차려 자세로 눈을 꾹 감았다.

선생은 회초리로 허벅지를 후려치고, “자리로 돌아가도 좋다. 너희들은 효행한 거 생각날 때까지 손들고 서 있어”

윤정학과 강종오는 그 자리에서 만세를 했다.

“뒤!”

둘은 만세를 한 꼴로 교실 뒤로 걸어갔다.

“8페이지, 제5, 학문. 읽을 수 있는 학생?”

“저요! 저요!”

“이번에는 최군”

“긴지로는 열여섯 살 때 엄마를 잃었습니다. 마침내 두 형제는 엄마의 고향으로 돌아와,긴지로는 만베라는 아저씨네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긴지로는 아저씨의 말슴을 잘 지키고, 하루 종일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으면서 글자와 산수 공부를 했습니다. 아저씨가 기름이 아깝다고 밤에 공부를 못하게 해서, 긴지로는 제 손으로 유채를 키아 그 씨를 읍내에서 기름으로 바까 매일 밤 공부를 했습니다. 아저씨가 또 ‘책 읽지 말고 집안 일이나 하라’고 해서, 긴지로는 밤늦게까지 집안 일을 하고 그 후에 공부를 했습니다. 긴지로는 스무 살 때 자기 집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여 마침내 훌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최군, 무슨 느낌을 받았냐?”

“긴지로는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니노미야 긴지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끼리는 사이좋게 지내고, 학문과 일에 정진하였다. 이 이야기는 교육 칙어(勅語) 안에 있는 ‘너희 신민은 부모에 효(孝)하며 형제에 우(友)하고…학문을 닦고 일을 배워, 이로써 지능을 계발하고’ 에 해당하는 것이다, 알겠냐?”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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