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예계 비리, 이번엔 뿌리뽑아야

  • 입력 2002년 7월 12일 23시 35분


검찰이 대형 연예기획사 4곳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연예계 비리 문제가 또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연예인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방송사 PD와 매니저들이 금품을 주고받는 ‘검은 유착’은 이전에도 여러 번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연예계 비리가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연예계 비리를 뿌리뽑는다는 단호한 의지로 수사에 임하기 바란다.

이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 연예계 수사가 연예인 매니저 개개인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국내 연예계를 대표하는 4개 회사가 대상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최근 빠르게 기업화되고 있으며 일부 회사는 코스닥에 등록까지 되어 있다.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비리라면 종전의 비리와는 규모와 성격상 큰 차이가 있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획사들이 자사 주식을 방송사 로비용으로 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검찰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금품으로 인기를 사려는 연예인도 물론 나쁘지만 공익성과 정직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계가 매번 연예계 비리의혹의 진원지로 수사대상에 오르는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방송계는 비리 수사가 있을 때마다 ‘검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시청자들은 더 이상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됐다.

연예인들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팬 가운데 다수는 10대들이다. 반복되는 연예계 비리가 순수한 젊은이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연예산업은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유망 산업이 안에서부터 부패되고 있다면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문화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연예계와 방송계가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