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국도 1호선인 전남 나주시 남산동 나주대교.
3일 전 승합차와 탱크로리가 정면 충돌해 2명이 숨진 이곳에서는 언제 참사가 있었느냐는 듯 대형 트럭과 버스, 승용차들이 시속 80㎞를 넘나드는 속도로 쌩쌩 달리고 있었다.
경찰이 이동식 과속단속장비를 설치하자 차량들은 그때서야 제한속도(시속 60㎞)로 낮췄다.
나주대교에서 20㎞ 정도 떨어진 함평군 학교면 죽정리 중앙초등학교 앞.
경사 10도의 내리막길에 설치된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는 순간 차량들이 ‘끼∼익’ 소리를 내며 급정차했다. 차간 거리의 여유가 없었다면 추돌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광주∼전남 목포간 국도 1호선의 총 연장은 137㎞. 하루 평균 5만여대가 통행하는 이 구간은 왕복 4차로로 노폭이 좁고 중앙분리대가 없어 광주 전남지역 도로 가운데 사고 많은 구간으로 꼽힌다.
또 도로가 마을을 통과하고 오르막길 내리막길, 커브길이 많은 데다 갑자지 좁아지는 차선 등 갖가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마(魔)의 도로’로 불린다.
당연히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부터 올 7월까지 최근 3년간 이 구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166명.
2000년에 76명이 사망하고 2001년에는 54명으로 다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서만 36명이 숨져 지난해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이 도로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30㎞의 나주 구간. 나주지역에서는 지난해 11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만 무려 18명이 숨졌다. 나주와 접경인 함평에서는 2년간 12명, 무안에서는 20명이 숨졌다.
사망사고의 주원인은 중앙선 침범이다.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지 않은 탓에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실제로 경찰이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사망자의 40%인 70여명이 중앙선 침범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목포간 도로에 중앙분리대가 없는 것은 도로 폭이 좁기 때문이다.
도로의 평균 폭이 13m로 1개 차로의 경우 좁은 곳은 3m, 넓은 곳도 3.25m에 불과해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여유 공간이 없다.
경찰은 도로를 양쪽 1m씩 2m만 넓히면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국도를 관리하는 당국에서는 토지 보상비가 만만치 않아 손을 놓고 있다.
나주경찰서 최정두(崔正斗) 경비교통과장은 “2년 전 삼포면 비상활주로를 옮기면서 새로 개설한 6.9㎞ 도로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한 결과 중앙선 침범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시설투자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행자 사고도 해마다 끊이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나주지역 구간에서 숨진 29명 가운데 보행자 사고 사망자는 모두 8명. 함평과 무안에서도 무단횡단으로 9명이 숨졌다.
이처럼 보행자 사고가 많은 것은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는 데다 안전시설물 설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나주시 금천면 청곡마을 노종길씨(55)는 “10여년 동안 마을 앞 도로에서 6명이 숨져 2년 전 도로에서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며 “농번기 때 경운기 운행이 빈번하고 사람 통행이 잦아 도로 밑 지하 통로 개설이 시급한데도 당국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0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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