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순간 섬칫한 표정으로 덧붙인다.
“웃겨! 이따위 말도 안되는 얘기나 읽고 자라니까 지가 공주인줄 알고 사는 여자들이 생기는 거지.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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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기 감독의 공포영화 ‘폰’(26일 개봉)에서 관객의 눈길을 끄는 ‘호러 퀸’은 정작 주인공인 하지원도 김유미도 아닌, 조연인 다섯 살짜리 은서우다.
전화를 통해 죽은 여고생 귀신이 씌인 소녀 영주역을 맡은 서우는 사랑스런 미소와 표독스런 표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앙팡진 연기를 펼쳤다. ‘폰’이 영화 데뷔작이나 지난해 SBS 드라마 ‘수호천사’에서 송혜교의 딸로 나와 사람들에게 친숙한 얼굴. 서우는 지난해 ‘SBS 연기대상 아역부분’을 수상했다.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아버지 은성민씨(38·사업)를 소개하면서 “우리 아빠는요, 젊어보여서 다들 삼촌같대요” 라고 말할 만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붙임성이 좋다.
서우의 오빠 원제(8)도 올 초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해 남매가 나란히 충무로에 입성한 셈.
“대본 연습은요, 오빠랑 제일 많이 해요.”
‘폰’촬영 당시 서우는 한글을 읽지 못해 어른들이 대사를 읽어주면 외워서 연기했다. 그러나 NG를 거의 내지 않아 안병기감독이 “필름값 아껴줘서 고맙다”고 했을 정도. 우는 장면에서 몇 년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는 깜찍한 소녀다.
영주는 아빠와 원조교제 관계였던 여고생 귀신을 몸에 받아들인 탓에 엄마를 질투하고, 아빠에게는 뽀뽀 아닌 진한 ‘키스’(!)도 서슴치 않는다.
“헤헤∼ 그 장면이요, 아빠랑 집에서 연습했어요.”
대답에 앞서 일단 키득키득 웃기부터 하는 서우는 영락없는 다섯살짜리지만 ‘시사회’ ‘감정을 잡다’ ‘신(Scene)’ 등 전문용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TV에 출연중이던 오빠를 따라 방송국에 갔다가 PD의 눈에 띈 것이 계기가 돼 연기를 하게 됐다. ‘폰’에 출연하기 전 ‘식스 센스’의 아역배우 할리 조엘 오즈먼드의 연기를 몇 번씩 보며 연습을 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꼬마 여자애랑 푸른 털 달린 괴물이 나오는 것”(몬스터 주식회사).
인터뷰가 끝날 무렵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똑부러지게 말한다. “저는요, 예쁜 건 아니고요, 귀여워요.”누가 요즘 아이 아니랄까봐.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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