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정남 송환 서둘러라

  • 입력 2002년 7월 15일 18시 54분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이 각종 권력형 청탁에 개입해 성사시켜준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관련 비리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안 전 청장에 대한 송환절차를 밟기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직접적인 개인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과연 적극적인 수사 및 송환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명백한 범죄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는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기 어렵고 설사 명백한 범죄혐의가 드러났더라도 데려오는 법적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우리 정부가 1999년 미국에 인도요청을 한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올 들어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지만 송환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 전 청장이 연결고리가 돼 성사된 권력형 비리는 한둘이 아니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서는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동생의 청탁을 받고 사채업자의 세금 감면을 지시했다. 친한 세무사의 부탁으로 이용호씨 그룹 계열사인 KEP 전자의 세금을 감면해준 의혹이 있다.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의 청탁을 받고 미스터피자의 추징금 삭감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돈을 받고 안 전 청장에게 부탁을 해준 사람들은 모두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있다. 안 전 청장이 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죄가 되고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법률에 어긋난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

안 전 청장은 정권 보위를 위한 세무조사를 주도한 공로로 건설부장관으로 승진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 검찰이 그동안 안 전 청장에 대한 수사 및 송환절차를 적극적으로 개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고위 공직을 지내고서도 권력형 청탁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자 신병치료를 핑계로 해외 도피한 안 전 청장을 데려와 공직 기강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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