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실장 사의…한나라 잇단 실언 역풍 경계

  • 입력 2002년 7월 15일 19시 08분


한나라당 김무성 대통령후보비서실장 - 안철민기자
한나라당 김무성 대통령후보비서실장 - 안철민기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15일 당사 출근 직후 김무성(金武星) 비서실장이 ‘대통령 유고’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김 실장의 발언(12일) 이후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했다는 게 다른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 후보의 한 참모는 “최근 당내 인사들의 잇따른 실언이 지방선거 압승에 따른 역풍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더욱 엄격한 안팎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실장이 이날 사의 표명 직후 “발언의 의도가 어찌 됐든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힌 것도 이 후보의 이런 ‘심기’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것. 발언 파문이 계속되는 동안 김 실장을 견제하는 당내 일부 중진들의 교체 요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1년 2개월간 비서실을 운영해 오는 동안 당직에서 소외된 일부 민정계 중진들의 집중 표적이 돼 왔다. 특히 올 5월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김 실장이 서청원(徐淸源) 대표 체제를 지지하는 등 ‘집단지도체제 교통정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 일부 중진들은 반(半) 공개적으로 김 실장의 교체를 요구해 왔다.

김 실장의 사의 표명과 함께 조만간 단행될 당직 개편의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사정들과 무관치 않다. 어찌됐든 한나라당은 김 실장의 퇴진으로 ‘대통령 유고’ 발언의 파문이 일단락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실장의 사퇴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 이 후보가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국군통수권을 갖고 있는데 김 실장이 ‘유고’ 운운한 것은 한나라당이 얼마나 안보불감증에 걸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며 이 후보의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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