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7단지 한신아파트 320세대 재건축 조합원들은 단지 귀퉁이에 있는 땅 지하에 자리잡은 변전소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7단지 부지 7000평 가운데 공동시설인 변전소의 부지 116평이 7단지 가구주 320명 외에 인근 5개 단지 가구주 760명에게도 1인당 0.05∼0.1평 정도씩 나뉘어 등기돼 있어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을 승인받기 위해 일일이 이들을 찾아내야 했던 것.
재건축조합은 1월부터 760명의 토지 소유자를 찾아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토지를 소유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파트 매매로 이 토지의 소유 관계가 명확치 않아 6개월 만에야 겨우 760명의 토지 소유자 명단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성된 명단만도 수백 페이지에 달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많고 현실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 재건축조합은 조합원을 제외한 760명을 상대로 지분만큼의 땅을 7단지에서 떼어내 별도 주소로 등기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유물 분할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이 부지를 제외한 채 재건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의뢰받은 ‘바른 법률’의 김재호(金宰浩) 변호사는 “소송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원고와 피고가 1000명이나 되는 재판이어서 판결이 날 때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금한 재건축조합장(52)은 “이런 필요 없는 소송까지 하게 된 것은 토지 등기를 명확히 하지 못한 아파트 시행사의 책임이 크다”고 한신공영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는 “2004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재건축 사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공영은 7단지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다른 26개 단지에서도 변전실과 도로 등 공동시설에 대한 토지를 별도의 주소로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주민 공동 지분으로 등기해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신공영 측은 “20년 전 단지를 조성할 때는 단지별로 재건축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당시 조성한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비슷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건축과 재건축 담당자는 “20년 전에는 많은 아파트가 단지 내 공동 시설에 대해 정확한 필지 분할 없이 공유 지분으로 토지를 등기했다”며 “재건축 사업을 위해서는 필지 분할을 하거나 지분을 갖고 있는 전체 소유자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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