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경제 신뢰붕괴… 유럽 ‘성장엔진’ 가속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45분


獨증시 급락 - 프랑크푸르트AP연합
獨증시 급락 - 프랑크푸르트AP연합
유로화와 미국 달러화의 교환가치가 15일 2년6개월 만에 ‘등가(Parity)’에 도달하면서 유로화가 국제 기축통화로서의 명성을 회복했다. 이날 유로화가 1.002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1달러선을 돌파한 것은 유럽경제의 회복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보다는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극단적인 우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닷컴기업 몰락, 경기침체, 9·11테러 등 잇단 악재에도 꿈쩍하지 않던 달러가 최근 급락하게 된 배경과 유로화 강세가 가져다줄 유럽 경제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유로화 강세 엇갈리는 명암〓유럽의 전반적인 반응은 유로화 상승을 반기는 분위기. 인플레 퇴치를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삼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강세로 인해 원유 에너지 등 주요 수입품목의 가격이 하락하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소비자들의 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플레가 억제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이유가 없어지며 따라서 경제성장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유로화 강세가 수출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레스드너 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유로화가 10% 오르는 것은 유로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내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4월 이후 유로화 가치는 15% 이상 급등한 상태. 15일 영국(5.8%), 독일(4.6%), 프랑스(5.2%) 등 주요 유럽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것도 수출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로화 강세〓수출 타격’이라는 공식이 과거만큼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독일의 경우 유럽 역내 수출입 비중이 60%에 달하기 때문에 유로화 상승으로 인한 수출 타격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UBS 워버그 증권은 유로화 상승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분기점을 2003년으로 보고 있다. 이때까지는 유로화 상승이 인플레 하락과 내수 촉진으로 이어지면서 유럽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더 이상 장기화될 경우 수출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 올해 안에 회복 전망〓달러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엔론, 월드컴 등 잇단 대형 부정회계 사건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 지난해까지 매달 평균 110억달러를 기록했던 미국의 외국자본 유입은 지난달 6억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다. 여기에 417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역적자도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고평가된 달러화가 이제는 떨어질 때도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국의 구매력 기준으로 통화가치를 비교해보았을 때 90년대 중반이후 달러화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 무려 50% 이상 고평가돼온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최근 급락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금리인하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첨단산업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의 최대 투자처인 미국 증시가 올해 안에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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