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철/˝카드는 싫어˝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55분


카드 가맹점 중에서 실제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절반 이상’이다. 16일 비씨카드의 집계에 따르면 220여만 곳의 가맹점 가운데 1년간(2001년 7월∼2002년 6월말) 신용카드를 한 번 이상 받은 가맹점 비율은 48.0%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양품점, 나이트클럽 형태의 유흥주점, 정수기, 총포류판매점 등의 카드접수율이 10%대에 그쳤다. 100개 가맹점 중 10곳 남짓한 곳에서만 1년간 단 한 번이라도 카드를 받았다는 뜻. 철제가구점은 접수율이 5.1%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9일 ‘부가가치세 안내’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업체와 변호사 회계사 등 공평과세 취약 업종을 중점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관리대상이라는 법률·회계서비스 업체는 1만2786곳의 가맹점 가운데 9046곳(70.8%)이 1년간 한 번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세청의 중점 관리 발표는 매년 반복되지만 사실상 엄포에 그치고 있다. 업소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

카드를 받으면 매출이 드러나기 때문에 부가세를 내야 하며 소득세 신고나 법인세 신고 때도 몹시 신경이 쓰인다. 유흥업소의 경우 부가세뿐만 아니라 특소세까지 내야 하므로 현금결제를 통해 세금을 탈루하는 경우에 비해 매출액의 40%에 가까운 세(稅) 부담이 생긴다. 카드 결제가 쉽지 않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지 않는 것도 빌미가 된다. 공공기관 가운데 4074곳이 가맹점으로 가입했으나 2456곳이 1년간 신용카드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카드접수율이 39.7%로 전체 평균보다 낮다.

여기에다 국세청이 말과는 달리 카드결제 기피업체를 제대로 관리 단속하지 않는 것도 한 몫 한다.

“정부는 카드를 안 받는 이유를 보완해 ‘늑대소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카드업계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상철기자 경제부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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