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옥경/천연기념물 죽인 어설픈 구조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41분


13일 오후 TV에서 전남 여수의 어느 마을로 들어온 천연기념물 수달 생포 과정을 보았다. 한 어린 수달이 마을의 어느 식당 주방으로 숨어들었다가 동네사람들의 발길질에 차이고 주인이 마구 휘두르는 소쿠리에 이리저리 구석으로 도망쳐야 했다.

119 구조대가 와서 벌이는 생포전은 더욱 가관이었다. 검은 군화를 쾅쾅 내디디며 이리 쫓고 저리 쫓고, 수달은 필사적으로 자기를 잡으려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쳐 다녔다. 결국 그 작은 짐승은 그물에 생포돼 꽁꽁 매달린 채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 비닐부대 속에 집어넣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곧바로 치료할 동물병원을 찾지 못해 그냥 방치돼 있다가 끝내 비닐부대 속에서 죽었다. 동물에 대한 아무런 상식도, 장비와 시설도 못 갖춘 구조대 때문에 생생하게 살아있던 수달이 생명을 잃은 것이다. 최근에 전파발신기만 예리한 칼에 잘린 채 실종된 지리산의 새끼 반달 가슴 곰 ‘반순이’의 비극만 해도 그렇다. 반달곰 방사를 요란하게 홍보하여 온 나라의 밀렵꾼들이 다 알게 해놓고, 관심어린 보호에 필요한 아무런 전문능력도 기술도 없는 환경부의 전시행정이 생명을 죽게끔 하는 것이 아닌가.

김옥경 자연사랑 생명사랑 실천모임 대표·계룡산 국립공원 보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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