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와 조리법이 같으니 메뉴 개발에 비용이 들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피자빵 반죽을 네모나게 하기 위해 ‘사각팬’을 개발해 258개 매장마다 각각 30여개씩 마련했거든요. 음식 자체보다 도구를 개발해 ‘신메뉴’를 낸 셈이죠.
토니로마스가 월드컵을 맞아 내놓은 한국형 바비큐립은 저비용으로 히트시킨 효자 메뉴죠. 고추장과 간장은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고, 국내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미국 본사에 메뉴 1개에 약 2만달러씩 지불하던 개발비도 안 내거든요.
반면 토니로마스의 ‘어린이 메뉴’는 가격은 어른용의 60% 정도지만 개발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캐릭터가 들어간 접시 컵 포크 나이프를 전 점포에 새로 마련하는 데만 약 3000만원이나 들었죠.
베니건스에서 ‘비프앤 치킨 퀘사딜라’를 처음 선보였을 때 한 달 동안 주문 고객이 2만명이 넘을 정도로 히트를 쳤죠. 이 ‘놀라운’ 신제품은 사실 기존의 두 가지를 합친 데 불과해요. 원래 비프 퀘사딜라와 치킨 퀘사딜라가 따로 있었거든요. 고객이 이왕이면 한번에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어한다는 점에 착안, ‘신메뉴 아닌 신메뉴’로 성공했죠.
베니건스의 ‘아이리쉬 그린 샐러드’는 사정이 반대죠. 애초에는 ‘건강음식’ 개념으로 호밀빵에 토마토 오렌지 겨자잎 등과 새우 4마리로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가격을 정하고 패널에게 시식담을 받아보니 ‘새우가 적어 허전하다’는 의견이 많아 새우를 8개로 늘렸어요. 미리 책정한 가격은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고비용’을 그대로 감수했죠.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