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 관객 5명과 관람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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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 예고, 메이킹, 뮤비 |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곽 감독의 첫 발언이다. 그는 영화가 상영중이어서 ‘이미 끝났다’는 분위기를 풍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참패는 아니더라도 실패 아닌가.
“…. 여러 차원의 답변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흥행에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친구’의 큰 성공으로 여유를 부린 것 아닌가.
“아니다. 난 99년 ‘닥터 K’ 때 5명의 관객과 영화를 보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실패해 본 감독은 흥행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안다.”
-저예산 B급 영화로 기획된 ‘복수는 나의 것’에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등 스타가 출연하면서 ‘AB형’의 이상한 영화가 나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곽 감독과 유오성도 비슷한 경우 아닌가.
“아니다. ‘챔피언’은 분명 스타가 있는 상업 영화다. 한국 영화 시장의 분위기에서 한번 대박이 났다고 마음대로 영화를 주무를 수 있는 감독은 없다.”
탐색전 격인 1라운드는 ‘아니다’는 답변의 연속이었다.
스태프와 자주 어울리는 영화 작업의 속성상 매일 소주 한병 반은 마신다는 곽 감독이 잔을 비우는 스피드는 무서웠다.
▼상업성보다 사실성 더 고려▼
-‘챔피언’은 한마디로 잽만 날리다 끝나는 느낌이다. 감정 이입 단계에서 자꾸 끊긴다.
“난 이 영화를 통해 김득구 선수와 관련된 또하나의 ‘신화’를 만들려 했던 게 아니다. 패배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승리를 말하고 싶었다. 돈만 생각했다면 더 과장되고 드라마틱해야 했다. 특히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14라운드를 어떻게 담느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만약 과장됐다면 김 선수가 ‘나 그거 아니야. 이 ××야’라고 할 것 같았다. 이게 내 결론이다.”
-영화적 재미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절제한 것 아닌가.
“정확하게는 내가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감동했다는 것이다. 나는 김선수와 부인 경미씨, 가족 등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김 선수의 삶을 왜곡해 남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고민이 많았다.”
▼월드컵 열풍… 광고효과 없어▼
-곽 감독이 스스로 생각하는 ‘챔피언’의 패인은 뭔가.
“일단 관객 눈높이에서의 조언이 부족했다. 개봉 일정이 빡빡해 컴퓨터그래픽의 완성도도 떨어졌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김 선수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서는 시스템이 이같은 감독의 주관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해준다. 감독이 편집실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월드컵의 영향도 있나.
“한마디로 박지성과 유오성의 대결이었다. 2001년 히트 상품이 ‘친구’였다면 2002년은 월드컵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광고비를 두배로 써도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유오성의 ‘연기’가 박지성을 따라갈 수 없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는.
“‘친구’도 ‘챔피언’도 아닌 ‘닥터 K’다. 임신중에 감기약을 잘 못 먹은 상태에서 태어난 ‘놈’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아쉽고 미련이 간다.”
-당신이 생각하는 영화는.
“‘Movie Is Magic’(영화는 마술이다). 영화는 내 머리 속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곽 감독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고 싶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걸 느꼈다. ‘챔피언’은 이유야 어쨌든 상업 영화로서 일반 관객이 요구하는 정서를 충분하게 담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제용 영화로 만든 것 아니냐’는 기사에는 화도 나고 마음이 아팠다. 비평이 그러면 안된다. 감독의 아픔을 모르는 말이다. ”
다음 날 곽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는 잘 들어가셨나요. 속은 괜찮으십니까.”
어쩌면 곽 감독은 감독이기에 앞서 잊혀져가는 김득구 선수를 짝사랑해온 사내일지도 모른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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