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경련 '세무조사 항변' 이유있다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29분


부당한 세무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무조사가 일방적으로 남발되어 납세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폐해가 이 정권 들어 유난히 심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세금은 많이 걷힐지언정 건전한 납세의욕을 꺾는 강압적인 세무조사는 백해무익할 뿐이다.

세무조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세무조사가 탈세를 막기 위해 정당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정치적 탄압이나 다른 목적을 갖고 이루어지는 세무조사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강제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흔히 발표되는 세무조사들을 우리는 여러 번 보아왔다.

탈세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세무조사는 조사받는 기업인과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발표나 소문만으로도 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엄청난 세금을 매겨놓고 나서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무리한 과세로 밝혀지면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세무조사는 무책임하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거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행되는 세무조사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세무조사가 가능했던 것은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사대상의 선정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를 법으로 정하고 절차상 문제가 있는 세무조사는 위법으로 간주해 납세자가 거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납세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세무조사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미리 통보조차 없이 이루어지는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사전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편법으로 사법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특별세무조사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국세청장 등 국세행정 책임자들이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자의적으로 세무조사권을 남용하는 한 대통령 아들에 의해 특정기업에 대한 세금이 감면되는 비리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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