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좋은 저축은행' 임진환(林珍煥·46·사진) 사장. 이 금융회사는 올 6월말 결산(2001년7월∼2002년6월)에서 당기순이익 175억원(세전 이익은 210억원)의 눈부신 실적을 거두었다. 임 사장이 인수하기 직전 3년동안의 누적적자가 87억원이었던 저축은행이 관련업계 4위(순이익 기준)의 '알짜회사'로 환골탈태한 것.
임 사장은 상업고교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27년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9월 퇴직했다. 그는 퇴직금과 저축한 돈을 털어 작년 10월 태산신용금고를 아시아시멘트로부터 인수해 '좋은 신용금고'(현 '좋은 저축은행')를 출범시켰다.
"보수적인 풍토에서 잔뼈가 굵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만류하는 지인(知人)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주저없이 모험을 선택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좋은 저축은행의 급성장 비결로 제도권 금융시장과 사채시장의 빈 공간을 파고 든 틈새전략, 발빠르고 성공률이 높은 기획력 등을 꼽는다.
임 사장은 태산금고를 인수하자마자 1인당 200만원의 소액신용대출에 집중했다. 금리는 연 24∼60%.
"금감원 소비자금융센터에서 일하면서 자영업자 등 신용이 좋은 많은 사람들이 금융회사의 보수적인 대출기준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채(私債)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영업자 등을 저축은행 고객으로 끌어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은 적중했다. 연 100∼300%의 고리사채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고객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6월말 현재 8만명이 넘는 고객이 소액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임 사장은 이어 △카드연체 대납상품 △주식담보대출 △전세권 설정없이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스위트홈론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제공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좋은 저축은행은 과거 신용금고들의 부실화 경험을 교훈삼아 중견기업에 큰 돈을 빌려주거나 부동산 담보대출에 치중하지 않는다. 이런 영업전략에 힘입어 이 회사의 자산은 임 사장이 경영을 맡은 지 1년도 안된 짧은 기간에 434억원에서 2898억원으로 8배로 성장했다.
좋은 저축은행의 성공에 찬사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S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은 이자를 갚고 있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지만 원금을 못 갚는 고객이 많고 폭증한 개인신용대출이 부실화하면 소액신용대출에 치중한 저축은행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의 대금업 진출과 다른 저축은행들의 경쟁적인 소액신용대출 확대로 좋은 저축은행이 현재 누리는 높은 수익이 오래 갈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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