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은 ‘마님’을 ‘지난날, 지체가 높은 집안의 부인을 높여서 일컫던 말’로 정의하고 있다. 마님들의 행태가 궁금해, 검색엔진에서 ‘마님’을 찾아봤다. ‘마님순대’ ‘머슴과 마님 대화방’ 이런 웹사이트들 몇 개 아래에, ‘진산마님의 MARS(mars.murimpia.com)’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님이 홈페이지까지? 흥미진진.
1969년생. 본명 우지연. 무협잡가 필명 진산(眞山), 오랫동안 통신대화명으로 써왔던 신동엽 시인의 시 ‘진달래산천’의 줄임말.
‘마님되는 법’을 처음 읽으면 그저 재밌다. 너무도 매력적인 ‘삼돌이’ 부리는 법과 재기발랄한 글솜씨. 아, 나도 ‘남편을 대감마님으로 모시며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듯 정성스레 떠받드는’ 삼월이보다는 ‘다스리는 법을 아는 현명한 가정의 지배자’ 마님이 되고 싶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책은 단지 ‘마님되는 법’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 화성, 진산마님의 ‘저택’에서 그를 만났다. 부부가 모두 글쓰는 일(남편도 무협소설가·필명 좌백)이 주업이라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없어 화성에 전원주택을 짓고 산단다. 우씨는 함께 사는 친정 부모님께서 아들 우진이(5)를 돌봐 주시는 것도 시골생활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책이요? 처음엔 홈페이지에 신변잡기식으로 재미삼아 쓴 글이었어요. 결혼 경험담이자 뼈있는 농담 정도? 책 제목이나 글에서 능청을 떨며 ‘이렇게 남자를 잡아라!’ 했지만, 그 속의 메시지는 결혼 생활에서 문제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또 갈등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해 환상을 깨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마님되는 법’에는 비꼬는 듯 던지는 웃음이 가득하지만, ‘킥킥’ 웃음을 그치고 나서 보면 배우자 선택, 결혼 준비, 가사 노동, 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같이 현실에서 부딪치고야마는 문제들에 대한 그의 해법이 읽힌다.
우씨는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 아내라고 해서 다른 사람과 상이한 법칙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이 배신감 느낄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이라면, 남편이나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죠. 부부 사이도 현실세계의 모든 인간관계와 다를 것이 없어요.”
‘마님’의 비전(秘典), ‘좋은 삼돌이 고르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지만 좋은 삼돌이의 씨는 반드시 있다! 각진 삼돌이, 거짓말 안하는 삼돌이, 자존심있는 삼돌이.
‘마님’의 ‘내 삼돌이’에 대한 평을 들어보자.
“남편은 못된 소리, 싫은 소리를 정면에서 하는 스타일이예요. 대학 졸업 후, 취직했다가 직장에서 ‘사장님, 거짓말 좀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해서 쫓겨났다니까요.(웃음) 하지만 장점은 솔직하다는 점이예요. 생활에서 남편과 신호를 주고 받을 때, 그 신호를 신뢰하고 그 뜻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요.”
정작 그는 인터뷰 동안 ‘삼돌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2층 발코니에서 기자와 함께 집 앞에 펼쳐진 푸르른 한여름의 풍경을 감상하던 그가 갑자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여보! 여보! 이불이 바닥에 떨어졌어.”방에서 일을 하던 그의 남편이 묵묵히 일어나 이불을 가지러 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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