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브리티시오픈]美월도프 “최선을 다할뿐 경기는 즐겨야”

  • 입력 2002년 7월 19일 17시 37분


‘골프는 언제나 즐겁게.’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끄는 더피 월도프가 1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뮤어필드로이터뉴시스
‘골프는 언제나 즐겁게.’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끄는 더피 월도프가 1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뮤어필드로이터뉴시스
골프는 흔히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만큼 심리 상태가 스코어로 직결될 공산이 크다. 특히 메이저대회 같은 큰 무대에서는 중압감에 시달리면 무너지기 쉽다.

브리티시오픈 초반 돌풍을 일으킨 더피 월도프(40·미국)는 1m80, 102㎏의 푸짐한 체구만큼이나 평소 너무 느긋해서 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골프로 먹고사는 프로선수지만 한타 한타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골프는 '경기를 즐기는 데 의미가 있다'것이 그의 철학.

1985년 프로에 데뷔, 17년 동안 미국PGA투어에서 올린 4승이 그가 남긴 성적. 메이저 대회는 1987년 US오픈에서 데뷔한 뒤 30차례 도전했으나 1996년 마스터스의 공동 5위가 최고였다. 그리 주목받지 못했어도 월도프는 19일 인터뷰에서 "몇 승 한 것으로 경력을 따진다면 불행한 사람이겠지만 나는 대회에 출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데 만족한다"고 독특한 골프관을 밝혔다.

그래서 대회에 나설 때도 놀러가듯 화려한 색상의 의상을 자주 찾았다. 1라운드 때도 월도프는 하와이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파란색 셔츠에다 같은 스타일의 모자까지 눌러 쓰고 출전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공을 구별하기 위해 아내와 4명의 자녀가 써준 행운의 글이나 즐겨먹는 음식의 선전문구를 적어두는 것도 그만의 특징. 이번 대회 첫 라운드 때는 한 커스타드 케이크의 광고문안을 써뒀다고. 와인 수집이 취미로 그동안 모아둔 2000병의 포도주를 오랫동안 갖고 싶다는 게 그의 꿈.

미국의 명문 UCLA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의 별명은 이름에서 따온 '더퍼(duffer)'. 실수만 하고 서투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굳은 표정을 지은 다른 선수와 달리 경기 내내 미소를 띤 월도프는 "골프를 못 쳤다고 삶이 괴로워서는 안 된다"며 "자기 자신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월도프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듯 싶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제131회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1더피 월도프(미국)-467(35-32)
데이비드 톰스(미국)67(34-33)
카를 페테르손(스웨덴)67(33-34)
4저스틴 로즈(잉글랜드)-368(32-36)
마루야마 시게키(일본)68(32-36)
닉 프라이스(짐바브웨)68(36-32)
필 미켈슨(미국)68(36-32)
16마크 오메라(미국)-269(38-31)
23폴 로리(스코틀랜드)-170(34-36)
타이거 우즈(미국)70(35-35)
어니 엘스(남아공)70(37-33)
38세르히오 가르시아(미국)071(39-32)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71(36-35)
60데이비드 듀발(미국)+172(35-37)
비제이 싱(피지)72(35-37)
86최경주+273(37-36)
닉 팔도(잉글랜드)73(38-35)
106콜린 몽고메리(미국)+374(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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