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한새의 박명수 감독과 팀내 최고참 조혜진(29·사진)과의 대화 한 대목. 심한 감기몸살로 밤새도록 끙끙 앓은 조혜진은 이처럼 감독에게 출전을 자청했고 그가 팀을 연패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19일 마산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뉴국민은행배 2002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세이버스의 금융 라이벌 전. 우리은행이 조혜진의 불같은 투혼에 힘입어 국민은행에 연장접전 끝에 79-76으로 승리, 2연패에서 벗어났다.
포워드 조혜진은 언뜻 보면 코트에 있는지 없는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색깔없는 플레이의 소유자. 만성 빈혈에 시력도 안 좋아 평소에는 두꺼운 안경을 낀다. 선수로서는 단점투성이지만 코트에 나서면 스크린,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은 모두 그의 몫이다.
큰언니가 코트에서 궂은일을 처리해주니 새카만 후배들도 투정을 할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우리은행의 큰 장점인 끈끈한 팀워크.
연장 시작 41초 만에 골밑을 돌파하던 조혜진은 그만 넘어져 버렸다. 감기몸살에다 경기내내 뛰어다니느라 기력이 떨어졌던 탓. 하지만 조혜진은 넘어지면서도 볼을 8년 후배 홍현희에게 건내줘 레이업슛을 성공시키게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조혜진의 투혼으로 73-69로 한숨 돌릴 수가 있었다.
조혜진은 77-75로 간신히 2점 앞선 종료 28초전 팀동료 알렉산드라에게 그림 같은 골밑 어시스트를 건내줘 승리를 챙기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조혜진이 18득점에 리바운드 6개, 어시스트 4개를 기록했고 브라질대표팀 센터 출신 알렉산드라가 29득점에 리바운드 12개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어 열린 삼성생명 비추미와 신세계 쿨캣전에선 삼성생명이 ‘신바람 농구’로 88-76으로 압승을 거뒀다. 삼성생명은 이날 승리로 6승2패를 기록, 단독선두에 올라섰다.
삼성생명은 2m5로 여자농구 최장신인 스미스가 손만 내뻗으면 리바운드를 따내는 데다 이미선 변연하 박정은이 신이 난 듯 코트를 돌아다니며 슛을 터뜨려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마산〓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