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주어지고 노년은 만들어 진다’는 말을 기자는 ‘마흔 살 넘어 얼굴은 자기 책임이다’ 류와 마찬가지로, 노년을 개인적 적극적 노력으로 바꿔 살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 작가이자 유명한 여성해방 운동가인 보부아르는 ‘노년’이란 사회로부터 주어진다는 것에 주목했다. 노년을 단지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늙는다는 것은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인데, 19세기 산업혁명의 결과 인간이 도구화하면서 수명을 다한 기계가 버려지듯 노년 또한 노동력을 잃은 인간으로 폐물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노쇠’하면 떠오르는 퇴보와 쇠퇴의 개념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배경 안에서 만들어진 총체적 개념이기 때문에 노인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심도깊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700여쪽이 넘는 책 속에 노인이 되었을 때 부딪치게 되는 생리적 의학적 현상을 비롯, 인류 역사 이래 인간사회에서 노인이 차지해 온 위치를 여러 기록을 통해 방대하게 훑고 있으며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 문인들이 노년과 노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정의했는 지, 또 문학속에서 노인은 어떤 모습이었는 지 그리고 있다. 또 현대사회에서 노인에게 닥치는 실업문제, 경제문제, 복지문제 등을 구체적 수치, 실례와 함께 소개해 어떤 식으로 노인이 현대 사회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얼핏 당연해 보이는 주장들이지만 1970년 출간 당시에는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으로 호응을 얻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노년’에 관한 명상서가 아니라 사회비판 학술서 성격이 짙다.
보부아르가 자신의 나이 예순 둘에 노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이 방대한 글을 썼다는데, 그녀야말로 활기찬 노년을 보냈던 것 같아 흥미롭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