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강석진/히딩크와 잭 웰치

  • 입력 2002년 7월 19일 18시 17분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세계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고 강한 기업으로 만들어 세계에서 존경받는 경영자로 알려진 잭 웰치 전 GE 회장과 한국의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놓아 한국인의 영웅이 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로 두 사람 모두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된 사람들이다. 어떠한 상황에 처해서도 냉철한 분석과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한 결단을 내리며 적당히 처리하는 경우란 상상도 할 수 없다.

둘째로 이들 두 사람 모두 우수한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최우선으로 했으며 사람의 관리에 그들의 열정을 쏟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선수 선발의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주변의 간섭과 외압을 배제했다.

웰치 전 회장의 GE 인재발굴과 등용에도 가치관과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확고한 원칙이 지켜졌다.

그는 모든 GE 사업부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인재를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발굴된 인재들을 적소에 배치해 그들이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최고의 목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자기 시간의 약 70%를 쏟았다.

셋째로 히딩크 전 감독과 웰치 전 회장은 모두 조직문화를 재구축하는 데 성공한 리더들이다. 웰치는 80년대 초까지 가장 보수적이고 관료적이었던 120년 전통을 가진 GE의 기업문화를 가장 비관료적이며 벽이 없는 열린 조직문화로 바꿈으로써 조직원 전체가 참여해 그들의 두뇌와 아이디어를 기업경영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오랜 전통인 선후배간의 벽을 무너뜨리고 선수들간에 어려움없이 서로가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비관료적인 조직문화, 열린 팀 문화를 정착시켰다.

넷째,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자 무엇보다도 먼저 강력한 체력을 가진 대표팀을 구성하려고 했다. 웰치 전 회장도 GE의 경영을 승계받았을 때 최우선적으로 추진한 것이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사업의 구조조정이었다. 그는 모든 사업을 핵심 역량 위주로 재편성했으며 이를 위해 세계 시장경쟁에서 1위나 2위가 아닌 사업들을 신속하게 처분했다. 당시 전체 사업의 절반이 넘는 110개 사업을 처분했던 GE의 구조조정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거쳐 GE는 비로소 가장 경쟁력이 높고 강한 사업들로 재편성된 새로운 기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다섯째, 히딩크와 웰치의 가장 비슷한 또 하나의 공통점은 철저한 분석과 판단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실천력이다. 이러한 신속한 실천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들 모두가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력과 신속한 판단력, 그리고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은 충분한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번쩍이는 인스피레이션에서 오는 것이었다.

최고의 기업 경영은 최고의 스포츠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프로정신, 강한 체력과 강한 조직, 조직원 모두가 하나가 되는 벽 없는 팀워크, 경쟁 전략의 기초가 되는 정보의 분석 능력과 신속한 결단력,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리더십은 기업 경영과 스포츠에 똑같이 적용된다. 투명한 기업 경영과 공정거래의 기본 규칙은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같은 것이다. 앞으로 경영인들이 훌륭한 스포츠 정신으로 리드한다면 우리는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해 이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강석진 GE Korea 회장·한국 CEO 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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