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수의 팬들은 그가 이번 월드컵 경기 중 입은 부상을 이기고 그라운드를 누빌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대표팀 관계자 등이 전하는 그의 상태는 간단치 않다.
김 선수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왼쪽 바깥쪽 발목을 접질렀다. 발목이 삐는 것은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것으로 3단계로 나누는데 그의 부상은 가장 심한 ‘3도’였다. 이 경우 6주 이상 쉬면서 치료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 선수는 경기 사흘 뒤 콧노래를 부르며 “다 나았다”며 나타났고 거스 히딩크감독과 코치진은 조심스럽게 8강전 투입을 결정했다. 그리고 스페인전에서 발목 안팎 인대가 함께 파열됐던 것이다.
발목을 삐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흔하다. 국내에서도 매일 500여명이 발목을 삐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번 삐면 다시 삐기 쉽다는 것이다.
사람은 발을 보지 않고도 똑바로 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손에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악수할 수 있다. 이를 의학적으로 ‘자기 감수성(Propriocep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팔이나 발에 있는 감각신경이 뇌에 신호를 보내면 뇌가 수백만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해서 알맞은 운동 지침을 되돌려 보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발목 인대가 상하면 감각신경들도 다치고 ‘자기 감수성 시스템’에 혼란이 온다. 인체가 상황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다시 다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축구 선수가 ‘접질림의 악순환’에 빠지면 ‘감(感)’이 떨어져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을지병원 족부클리닉의 이경태 박사는 “발목이 삐었을 때 첫 대응을 잘해야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자가요법인 ‘RICE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 이는 3일 안에 부기와 염증이 가라앉도록 다친 부위를 움직이지 않게 하고(Rest) 얼음찜질을 하며(Ice) 압박붕대로 감고(Compression) 발목을 최대한 높이는 자세를 유지하는(Elevation) 게 원칙이다.
부은 정도가 보기에도 심하고 혼자서 계단을 내려가지 못할 정도이면 보조기를 차고 근육강화운동을 해야 한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고 만성 통증, 관절 변형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스포츠 의학자인 니컬러스 디뉴빌 박사는 “처음 100% 나았다고 생각할 때는 대부분 75% 정도 나은 상태”라면서 운동 복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선수를 아끼는 팬이라면 제발 그를 푹 쉬게 도와줘야 한다.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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