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양에서 벌어진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이동국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26분 왼쪽 미드필드에서 메도가 올린 센터링을 절묘한 헤딩 슛으로 연결시켰다. 정규리그 2호골.
이 골 직후 이동국은 코너 플래그를 걷어차는 ‘지나친 골 세러머니’로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이 장면에서도 어느 때보다 넘치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동국은 이에 앞서 지난주에 열린 부산 아이콘스전에서 위력적인 헤딩슛을 성공시켜 260여일만에 ‘골 맛’을 봤다. 이동국은 “월드컵 기간 동안 헤딩슛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훈련 결과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 게다가 이동국은 ‘특급 도우미’ 메도의 지원을 받고 있어 득점왕 도전이 꿈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동국은 이날 전남 마시엘과의 거친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침착하게 찬스를 만들어내는 여유를 보였다.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어서 월드컵 기간 동안 “확실히 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국의 ‘화려한 부활’이 시작된 셈.
이날 부활의 서막을 올린 ‘비운의 스타’는 이동국만이 아니었다. 전남의 선제골을 뽑아낸 신병호(25). 시드니올림픽 대표로 활약했던 전도 유망한 스타였다. 그러나 ‘떠돌이 축구 인생’을 지내오는 동안 신병호는 점차 팬들에게 이름이 잊혀졌었다.
99년 건국대 4학년이던 신병호는 한국 프로축구에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고 J리그로 발길을 향했다. 하지만 잇단 부상과 계약 결렬 등으로 J리그 진출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이후 중국, 일본, 브라질 등을 전전하다 올해 초 울산 현대에 입단하면서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계약금 3억원, 연봉 4800만원.
그도 정착은 아니었다.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틈도 없이 신병호는 월드컵 기간 동안 전남으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오랜 방황 끝에 겨우 제 자리를 잡은 신병호는 전반 18분 포항 골키퍼 김병지도 꼼짝 못하게 만든 기습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K리그에서의 새 출발을 선언한 ‘중고 신인’의 다짐같은 골이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