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한화갑대표의 ´마늘자랑´

  • 입력 2002년 7월 21일 18시 36분


20일 오후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축사 말미에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마늘 문제를 꺼냈다.

“내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군이 전국 마늘 생산의 25%를 차지한다. 2000년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한 것도 내가 주장한 것이다.”

그는 “당시 중국에서 나를 보고 ‘바보’라고 했다. ‘600만 달러’(마늘) 때문에 ‘5억 달러’(휴대전화)를 날리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했다. 요는 그런 소리까지 들어가며 한국 마늘을 지켰다는 얘기였다.

여기까지는 ‘정치행사’에서 한 발언이란 점에서 그래도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정부로부터 확고한 대책이 나오도록 내가 앞장서서 싸우겠다”며 “그 대신 우리당 홍성제(洪性齊)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달라”고 말해 보도진들을 당혹케 했다.

실제 2000년 마늘분쟁의 경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마늘 파동’의 씨앗을 뿌린 책임이 상당부분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측에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마늘협상이 진행되던 중인 2000년 4월초 민주당 선거대책위가 정부 내 의견조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림부와의 당정협의를 통해 ‘수입 마늘에 대한 긴급 관세 부과 조치’를 밀어붙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총선을 열흘 앞두고 발표한 이 조치는 국내적으로는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란 비난을 샀다. 더욱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해 지금 문제되는 세이프가드 한시연장안을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遠因)을 제공했다는 게 당시 정부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졸속결정의 우(愚)를 되풀이해서도 안되겠지만 이를 ‘한 표’의 호소로 연결짓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부형권기자 정치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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