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브리티시오픈]‘황태자’ 엘스 “드디어 올랐다”

  • 입력 2002년 7월 22일 17시 06분


‘이 맛에 골프치지요.’ 우여곡절 끝에 생애 처음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어니 엘스가 우승컵인 ‘클라렛 저그’에 입을 맞추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뮤어필드AP연합
‘이 맛에 골프치지요.’ 우여곡절 끝에 생애 처음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어니 엘스가 우승컵인 ‘클라렛 저그’에 입을 맞추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뮤어필드AP연합
‘호랑이 없는 굴’을 차지하는 일도 그리 쉽지 않았다.

‘황제’의 그늘에 가려 2인자 신세였던 ‘황태자’가 연장 사투 끝에 꿈에 그리던 은빛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2일 새벽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GL(파71)에서 열린 제131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580만달러) 최종 4라운드.

‘필드의 황태자’ 어니 엘스(33·남아공)는 최종합계 6언더파로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토마스 르베(프랑스) 스티브 엘킹턴(호주)과 동타를 이룬 뒤 사상 첫 4명이 겨룬 연장 승부에서 승리, 우승했다

이 대회 12번째 도전만에 처음으로 우승한 그는 94년과 97년 US오픈 우승에 이어 5년 만에 통산 메이저 3승을 달성했다. 또 영광스러운 트로피인 ‘클라렛 저그’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며 98만달러의 우승상금도 챙겼다.

브리티 오픈 1R 2R 3R 4R

게다가 ‘우즈 공포증’을 떨쳐냈다는 기쁨이 더욱 컸다. 엘스는 2000년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6차례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어낸 것. 이와 함께 악천후와 온갖 어려움을 뚫고 따낸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엘스는 “정말 힘들었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예전과 달라진 나를 느낄 수 있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m90, 95㎏의 큰 체구답지 않은 유연한 스윙으로 ‘빅 이지(Big Easy)’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엘스가 정상으로 가는 길은 별명처럼 쉽지 않았다.

우즈가 일찌감치 우승 레이스에서 탈락한 가운데 엘스는 마지막 날 15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지키며 쉽게 정상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16번홀(파3)에서 무리한 공략으로 더블보기를 해 공동4위까지 떨어져 위기를 맞았다. 평소 ‘새가슴’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엘스는 예전 같았으면 그대로 무너져버릴 법했으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17번홀(파5)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로 나선 뒤 피 말리는 플레이오프에 들어갔다.

4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치러진 1차 플레이오프에서 애플비와 엘킹턴이 탈락했고 르베와 함께 살아남은 엘스는 18번홀(파4)에서 서든데스의 2차 연장에 들어갔다. 여기서 르베는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리며 파세이브에 실패한 반면 엘스는 세컨드샷을 벙커에 넣었으나 서드샷을 컵 1.4m에 절묘하게 붙인 뒤 파를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마루야마 시게키는 합계 5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라 일본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톱5’에 진입했다. ‘진짜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한 우즈는 합계 이븐파로 공동 28위로 대회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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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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